[주목! 이 작품]
최호철의 ‘북아현 뉴타운개발지구’
최호철의 ‘북아현 뉴타운개발지구’
서대문구 북아현동은 서울 시내 한가운데 남아 있는 대표적인 달동네이다.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언덕에 집을 지으면서 큰 마을이 만들어졌다. 들쭉날쭉 지어진 낡은 집들이 산꼭대기까지 들어찼고 좁은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그 골목길은 아이들이 마냥 뛰어놀기 좋았고 이웃 간에 마주치면 자연스레 소통과 정이 오갔다. 하지만 2005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면서 정겨운 풍경도 사라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만화작가 최호철(47)의 그림 <북아현 뉴타운개발지구>는 추계길에서 이화여대로 넘어가는 고갯 마루에서 바라본 북아현동 풍경을 수채화로 그린 작품이다. 8일부터 서울 평창동 비영리전시공간 ‘아트라운지 디방’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화가 최호철 개인전’에 내걸렸다.
세밀화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에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할머니가 구멍가게에서 샀음직한 찬거리를 양손 가득 들고 힘겹게 올라오는 계단에는 까까머리 아이 둘이 앉아 게임에 빠져 있다. 오른쪽 축대 높은 집 창문 너머로 입시생이 낮잠을 즐기고 있다.
“1994년부터 3년간 북아현동에 살았는데 동네가 참 화목하고 예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뉴타운 정책이 발표되고 동네 주민들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누추하게 변했어요. 가난한 이들이 주인으로 살았던 모든 흔적을 감추고 지우는 것이 개발의 속뜻이 아닐까요.”
이 작품은 그가 북아현동 골목길을 다니며 보고 느꼈던 경험을 기록한 현대 풍속화이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이 묻어 있는 공간을 통해 사람과 공간이 맺고 있는 관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최 작가는 1994년 <와우산>(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을 발표하며 만화와 회화의 경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2009년에는 전태일의 삶을 다룬 만화 <태일이>로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작품집인 <을지로순환선>과 <코리아판타지>(십시일반) 등이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02)379-3085~6.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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