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극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의 한 장면. 엘지아트센터 제공
무용극 ‘캔 위 토크…’ 감독 뉴슨
근본주의 날선 비판
새달 6~8일 무대에
근본주의 날선 비판
새달 6~8일 무대에
“이슬람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강경한 근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다음달 6~8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는 이런 메시지를 깔고 이슬람근본주의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춤판이 펼쳐진다.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 모독 논란에 휩싸여 암살 현상금까지 내걸렸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무슬림 여성 인권을 다룬 단편영화를 찍은 뒤 살해당한 네덜란드 감독 테오 반 고흐에 얽힌 이야기 등이 소재다. 이슬람근본주의에 희생된 이들의 문제적 사건들을 무용수들의 목소리 대사와 몸짓으로 고발하는 것이다. 이 독특한 무대는 영국 극단 디브이8(DV8)피지컬시어터의 무용극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다. 지난해 8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초연한 뒤 유럽을 돌며 공연중인 화제작이다.
디브이8은 신체 장애가 있거나, 늙고 뚱뚱한 몸의 무용수들을 등장시킨 <더 코스트 오브 리빙>, 동성애를 대하는 종교적 관용의 허위를 꼬집은 <투 비 스트레이트 위드 유> 등으로 세계 무용계에 화제를 불렀다. 한국 공연은 2005년 <저스트 포 쇼> 이후 7년 만이다. 1986년 디브이8을 창단한 뒤 지금까지 이끌어온 극단 예술감독 로이드 뉴슨(55)을 22일 전화로 미리 만났다.
먼저 <캔 위 토크…>가 이슬람 문화권의 문제들을 꼬집는 건 서구인으로서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쉬운 선택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뉴슨은 “쉽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문화상대주의를 신봉하는 여러 비이슬람 국가들에서, 그 나라 안 이슬람 사회에서 일어나는 반인권적 반여성적 문제들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많은 서구인들은 이슬람근본주의를 꼬집는 걸 주저한다. 영국 <비비시>(BBC)방송을 봐도, 이슬람의 배타성에는 다소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오히려 기독교인의 비관용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슬람근본주의 문제를 언급하고 폭로하는 것이 (생각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나 또한 5년 동안 이슬람 사회를 연구했고, 작품을 준비하면서 5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뉴슨이 작품에서 전하려는 것은 ‘말하기 껄끄럽고 두려운 것들도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다. 그는 2009년 영국에 사는 무슬림 500명을 대상으로 ‘동성애를 수용할 수 있나’란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던 일화를 예로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답을 피하거나, 이야기하는 걸 불편해했다. 설문을 받은 사람들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특히 무슬림이면서 게이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자유가 전혀 없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다문화와 문화상대주의가 어떤 이들에게는 억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58개 조항의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동성애를 억압하거나 여성에겐 이혼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등 성차별적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게이 무슬림이나 무슬림 여성에게 비극적인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 <캔 위 토크…>는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서구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짓밟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적 시선을 보여준다. 이 시선은 인터뷰에서 얻은 ‘억압’의 경험을 대신 폭로하는 무용수들의 목소리와, 마임극을 연상시키는 안무로 드러난다. 뉴슨은 “듣고 싶어하지 않거나, 듣기 불편해하는 것도 말할 수 있는 자유”라는 작품 주제가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도 가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02)2005-0114.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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