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서는 비언어 퍼포먼스 <비밥> 공연이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펼쳐졌다. 사진 페르소나 제공
논버벌 퍼포먼스 ‘비밥’ 현지공연
‘요리대결’ 뼈대 신나는 무대
배우들, 케이팝 못잖은 인기
올해 동남아·일본 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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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의 리듬꾼 ‘리듬 셰프’가 입과 손을 놀려 속사포처럼 빠른 비트박스(강렬한 리듬음)를 뿜어냈다.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이 약속이나 한 듯 터졌다. 곧이어 몸을 고무공처럼 튕기면서 무대를 휘젓는 비보잉 춤판이다. 대결하는 두 요리사 ‘레드 셰프’와 ‘그린 셰프’의 익살맞은 표정과 몸짓 연기는 이국 관객에게도 자연스레 통했다. 공연장엔 수시로 ‘웃음 폭탄’이 터졌다.
지난 30일~1일 싱가포르 도심 해변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2000석)에서는 한국의 비언어(논버벌) 퍼포먼스 <비밥>이 공연됐다. 17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과 함께 지켜본 <비밥> 공연의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80분 내내 현란한 비트박스와 비보잉에 열광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공연 뒤 수백명 관객들은 배우들과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장사진을 이뤘다. 비보이, 뮤지컬 배우, 성악 전공자 등 다양한 이력의 배우들은 이날 어느 케이팝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점프>, <브레이크 아웃> 등 한국 비언어 퍼포먼스를 이전에도 봤다는 한 관객은 출연 배우에게 정성스레 쓴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아이린 네오(42)와 자스민 테오(35)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놀라웠고, 코미디적인 요소들도 즐거웠다. 꼭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비밥>은 ‘레드 셰프’와 ‘그린 셰프’가 벌이는 요리 대결이 소재다. 이 단순한 드라마에 비보잉, 비트박스, 노래를 버무려 리듬 잔치를 만든다. ‘다음 요리는 일본 스시입니다’와 같은 간단한 지시 사항만 음향으로 전달될 뿐, 대사 대신 표정과 몸으로만 연기한다. 어린아이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에 비트박스를 맡은 ‘엠시(MC) 셰프’와 ‘리듬 셰프’, 현란한 비보잉을 펼치는 ‘루키 셰프’· ‘아이언 셰프’, 뛰어난 노래 실력의 ‘섹시 셰프’와 ‘큐티 셰프’ 등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외국 관객에게도 쉽게 호응을 이끌어냈다. 배우들은 모두 4라운드로 나눠 스시, 피자, 치킨누들수프, 비빔밥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각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무작위로 관객을 골라 무대 위에서 시연을 시킨다. 부름 받은 관객들은 대부분 쭈뼛대고, 그 모습에 객석에선 더 큰 웃음이 터진다.
<난타>, <점프> 등으로 이미 명성을 쌓은 연출가 최철기씨가 이번 <비밥>의 총감독을 맡았다. 2000년 <난타>를 들고 영국 에든버러축제에 나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은, 한국 논버벌 퍼포먼스계 1세대다. 현지에서 만난 최 감독은 “10년 넘게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비언어 작품을 진행하면서 생소한 전통보다는 ‘전세계 사람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밥>은 서울 관철동 전용관에서도 상설 공연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이 주요 관객으로, 동남아,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이들이 대다수다. 싱가포르 공연을 본 관객들 중에서도 이미 한국에 와서 <점프>, <브레이크아웃> 등의 비언어 퍼포먼스를 보고 팬이 됐다는 이들이 있었다. 케이팝과는 또다른 한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보이는 셈이다.
싱가포르 공연을 시작으로 <비밥>은 올해 타이, 베트남, 홍콩 등 동남아와 일본을 순회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이번 동남아 투어는) 또다른 공연 한류를 개척하는 동시에, 유럽·북미 등 다른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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