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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문자로부터 탈주 ‘있는 그대로 보라’

등록 2012-04-03 20:58수정 2012-04-04 10:32

김신일의 ‘절대적 봄’
김신일의 ‘절대적 봄’
[주목! 이 작품] 김신일의 ‘절대적 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1922~2004)는 시 <꽃>에서 존재와 언어의 관계를 ‘꽃이라는 이름’에 비유했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신일(41) 작가는 김 시인이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범주화’의 행위로 본다. 범주화란 인간이 개념이나 사물들을 어떤 목적을 위해 분류하고 집단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는 “김춘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를 있는 그대로 보았을 때 내게로 와서 나와 하나 되었다’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고 했다.

그의 미디어설치작품 <절대적 봄>(2012)에는 이런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최근 범주화의 테두리를 벗어나 대상과 현상을 보는 것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의 ‘글자 조각’ 시리즈이다. 5일부터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열리는 개인전 ‘오브제, 봄’의 대표작으로 내걸린다. 이 작품은 선불교와 장자에 심취했던 가톨릭 영성지도자이자 시인 토머스 머튼(1915~1968)의 가르침에 대한 작가의 재해석을 소재로 삼는다. 머튼의 경구인 “선(禪)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가리킬 뿐이다”를 ‘절대적 대상이 아닌 절대적 봄’으로 재해석한 작가는 자신이 해석한 구절의 한자 문장을 대형 글자체 조형물로 재현했다. 고대 한나라 도장에 새겼던 글자풍으로 조각한 뒤 그 글자체 뒤로 미국 뉴욕 거리 등이 담긴 영상을 쏘고, 웅웅거리는 소리를 흩뿌린다.

이 난해한 작업은 사물의 본질을 ‘절대적 봄’으로 시각화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범주화된 인식 없이 대상과 현상을 바라보라고 작가는 권한다. 그는 “인간이 습성적으로 만든 범주화가 사랑과 미움, 부와 가난, 계급·계층화, 남녀 차별 등 인간사회 갈등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 범주화의 가장 강력한 형태가 문자이며 미술의 기능은 바로 그런 범주화의 경계를 흩뜨리는 데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가 ‘문자 조각’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스쿨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김신일 작가는 2004년부터 열세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5월6일까지. (02)549-303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갤러리 시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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