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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접착’이란 개념으로 ‘공존’ 시도

등록 2012-04-05 20:26

윤동천 작가의 <구럼비-43개 구멍>. ‘제주 4·3’을 상징하듯 구럼비 바위의 43개 폭약구멍으로부터 부서져 나온 돌조각들이 구슬처럼 흩어지고 있다.      사진 대안공간 루프 제공
윤동천 작가의 <구럼비-43개 구멍>. ‘제주 4·3’을 상징하듯 구럼비 바위의 43개 폭약구멍으로부터 부서져 나온 돌조각들이 구슬처럼 흩어지고 있다. 사진 대안공간 루프 제공
대안공간 루프 ‘순간의 접착’전
설치·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
윤동천·슬기와 민·홍성민 참여

다섯 자루의 붉고 파란 총들이 총구를 맞댔다. 마치 대치한 남과 북을 상징하듯, 방아쇠를 당기면 서로 공멸할 것 같다. 하얀 종이로 오려낸 한반도 지도의 남과 북 끝이 뫼비우스 띠처럼 맞물린 모습도 보인다.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가 해군기지공사로 부서지면서 돌조각들이 구슬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가 하면, 철모 위에는 촛불 한 자루가 어둠을 밝히고 있다.

서울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지하 1층에 내걸린 설치작가 윤동천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작업들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저절로 읽히는 듯한 풍경이다.

1층 전시장에는 부부 작가 슬기(본명 최슬기)와 민(최성민)의 설치 작품이 놓였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루프의 전시장 벽면에 숨구멍처럼 난 둥근 구멍을 알록달록한 페인트볼 모양의 스티커로 채운 이 작품은 공간이나 일상상품 속에 숨어 있는 패턴의 질서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서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오해, 생의 분열 등의 주제를 동영상과 마임으로 풀어놓은 홍성민 작가의 30분짜리 퍼포먼스가 크고 작은 4개의 티브이 모니터로 재현되고 있다.

서울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가 독일의 유명 화학기업 헨켈과 손잡고 꾸민 기획전 ‘2회 헨켈 이노아트 프로젝트-순간의 접착’전은 30~50대 작가 세대와 디자인-미술-산업 등 다양한 장르간 만남을 펼쳐내고 있다. 설치·개념미술을 펼쳐온 윤동천 교수와 양상미(미술프로젝트팀 ‘판’ 디자이너), 부부 작가 ‘슬기와 민’과 홍은주·김형재(무크지 <가짜잡지> <도미노> 디자이너), 독특한 퍼포먼스작업을 펼쳐온 홍성민씨와 김기조(붕가붕가레코드 디자이너)씨가 각각 협업해 전시를 꾸린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헨켈과 메세나 협력을 맺은 루프가 이 회사 주요 제품 중 하나인 순간접착제에서 착안해 ‘순간 접착’이란 주제를 내걸었다. 접착은 서로 다른 물체의 부분을 녹이고, 서로의 존재에 개입하면서 하나가 되는 방식이다. 마치 현대사회의 폭력적인 소통이나 매개의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주제 ‘순간 접착’은 개념이 다르다고 한다.

서진석(44) 루프 디렉터는 “순간 접착은 서로의 부분을 변형시키지 않고, 사물 자체를 단시간에 붙여놓는 것을 뜻한다. 서로 다름도 인정하고 소통한다는 새로운 개념의 공유란 의미가 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헨켈의 제품인 순간접착제와 세제, 양면 테이프 등을 활용한 평면, 입체, 설치작품부터 영상, 퍼포먼스, 타이포그래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감상할 수 있다. ‘접착’이라는 개념으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당대성’을 실험하고 ‘공존’의 시도를 꾀하는 전시다. 5월24일까지. (02)3141-1377.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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