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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팔순 거장이 되살린 말러
현악파트 섬세함 아쉬워

등록 2012-04-09 20:41

[리뷰] 로린 마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
팔순의 거장 로린 마젤(82)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지난 7,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들려준 말러의 <교향곡 5번>과 <1번>은 진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가 연로한 만큼 ‘마젤의 말러’는 국내에서 듣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마젤과 필하모니아가 지난해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을 마쳐 호흡이 긴밀하리란 기대감도 있었다.

이번 내한 연주에서 들려준 ‘마젤의 말러’는 소리 질감보다는 전체 구조와 명암 표현에 무게를 둔 듯했다. 특유의 절도 있고 정확한 지휘로 곡의 각을 세워 전반적으로 명쾌했다. 하지만 이틀 내내 현악 부분의 연주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지휘자 양쪽에 늘어선 현악기 주자들이 빚는 ‘공기’의 부피감과 질감은 말러 교향곡에서 매우 중요하다. 말러 곡에 내재된 절망감과 죽음, 이를 초극한 부활의 메시지에 좀더 섬세한 표정과 깊이감을 부여하고, 금관과 타악이 유발하는 명암 대비의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줬더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아쉬움은 첫날 <5번 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에서 제일 컸다. 하프와 현악기만으로 슬픈 꿈을 꾸듯 노래하는 ‘아다지에토’는, 마젤의 지휘봉 끝에서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5악장에서 금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위법(카논처럼 두 개 이상의 독립적 멜로디를 동시에 울리게 하는 기법) 형식의 진행이 빛을 발했지만, 역시 현악과 균형이 맞지 않아, ‘견고’하되 ‘정교’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줬다.

둘째 날 <교향곡 1번 ‘거인’>은 대단한 호연이었다. 필하모니아는 전날과 전혀 다른 악단이 된 듯했다. 마젤은 삶과 죽음, 환희와 절망, 애정과 냉소 등이 뒤엉킨 수수께끼 같은 곡을 노련하게 풀어나갔다. 도입부터 차곡차곡 쌓은 긴장감은 1악장 끝에 가서 비명 지르듯 터져 나오는 금관 화음과 함께 정점을 찍었다. 현악 역할이 큰 2, 3악장은 여전히 섬세함과 유연함이 부족했으나, 4악장에서 마젤이 보여준 집중력은 놀라웠다. 부활의 환희보다 죽음의 그림자가 더 짙었고, 피안의 세계에 다다르기보다는 현실에서의 극복을 보여주는 듯했다. 탄탄한 금관 부문의 내공이 두드러졌다.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피날레가 끝나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마젤은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서곡으로 답례했다.

마젤은 이번 공연에서 여전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9년 뉴욕필 상임지휘자에서 물러난 것을 세간에서는 사실상 현역 은퇴로 받아들였지만, 지난해 9월부터 뮌헨필 음악감독을 맡는 등 그는 나이를 잊은 채 활동하고 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naver.com,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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