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작품] 폴 매카시 ‘아홉 난쟁이’
흔히 ‘백설공주’라고 하면 눈처럼 하얀 피부와 칠흑 같은 머리, 장밋빛 뺨, 사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린다. 또한 공주를 돕는 ‘일곱 난쟁이들’은 금광을 캐며 사는 착하고 귀여운 숲의 요정들을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림 형제가 1812년 처음 펴낸 민화집 <그림동화> 속의 백설공주는 아버지와의 성관계가 탄로나 왕궁에서 쫓겨난 팜파탈(요부) 같은 여성이다. 게다가 일곱 난쟁이는 밤마다 백설공주의 침상에 오르는 호색한들이다. 발표 당시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해 1857년 7판으로 만들어진 것이 현재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이다. 월트 디즈니는 1937년 이 이야기를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퍼뜨렸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개관 30돌을 맞아 새로 개관한 3관에서 5일부터 선보이는 중인 설치조각 <아홉 난쟁이>의 캐릭터는
<그림동화>의 초판 이야기와 닮았다. 미국 개념미술 작가 폴 매카시(67)가 발표해 세계 미술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백설공주’(White Snow)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매카시는 전후 미국 사회의 물질적 풍요 이면에 감춰진 퇴폐와 금기를 충격적인 회화, 드로잉, 영상, 사진, 조각, 행위예술, 설치 등으로 적나라하게 표출해온 문제적인 작가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아홉 난쟁이 조각 9점이 있다. 다가가서 보면,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일 거라는 선입관은 철저하게 깨진다. 화려한 색깔의 실리콘 조각들은 한결같이 처참하게 뭉개지고 찢겨 있다. 야릇한 눈빛에 지나치게 큰 코와 양쪽으로 늘어진 볼 살은 남근과 닮았다. 이런 성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에는 작가가 1970년대부터 작업의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남성,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묻어나온다.
매카시는 <아홉 난쟁이>에서 그림 형제의 원작에 밀봉된 어두운 심리적·사회적 요소들을 오늘날에 드러낸다. 디즈니, 할리우드 같은 상업적 대중매체가 확대 재생산하는 동화와 꿈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나는 백설공주 같은 이미지들이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상 우리가 현실에 길들여지는 일종의 도구다.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접한 대중적 이미지들과 매체는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내는가를 보게 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업에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묻고 싶어하는 듯하다. 5월12일까지. (02)735-8449.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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