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음표 물고 태어난 ‘문어발 피아니스트’

등록 2012-04-16 20:36

조윤성(39)
조윤성(39)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재즈 1세대 조상국의 아들
클래식·남미음악 종횡무진
“한국선 대중음악 잘하고파”
20~22일 루시드폴과 공연
조윤성(39·사진)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만으론 부족하다. 그를 이해하려면 우선 탄생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윤성의 아버지는 한국 재즈 1세대 드러머 조상국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음표를 물고 나온 셈이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한국 재즈의 대부 이판근 선생을 찾았다.

“재즈 이론을 배웠는데, 어려워서 이해를 잘 못했어요. 그래도 공책에 잔뜩 적어놓긴 했어요. 그걸 아직도 간직하고 있죠.”

13살이 되던 해, 가족과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 남미 공연을 다녀온 아버지가 그곳 환경에 반해 내린 결정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음악 대신 다른 일을 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아버지는 그에게 그랜드 피아노를 사주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피아노가 있더라고요. 정말 기뻤죠. 낯선 곳에서 말도 잘 안 통하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피아노만 쳤어요. 한국에서 적어온 공책을 들여다보며 연습하고, 아버지가 수집한 재즈 음반들을 들으며 흉내도 내보고 했죠.”

음악을 제대로 하려면 클래식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르헨티나 국립음대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 학교에선 탱고, 보사노바 같은 남미 음악 과정도 필수였다. 학교를 마치고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 재즈를 공부했다. 2001년 남캘리포니아대의 ‘텔로니어스 멍크(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인스티튜트’ 장학재단 지원 프로그램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선발되기도 했다. 공부를 마친 뒤엔 미국 유명 실용음악 대학인 엠아이(MI)에서 8년 동안 강의했다.

“엠아이는 록, 힙합, 아르앤비(R&B) 같은 실용음악 위주의 학교예요.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가 되레 팝 음악을 많이 배웠어요. 여러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클래식·재즈·팝이 궁극적으로 서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발표한 음반들 또한 스펙트럼이 넓다. ‘거리에서’, ‘비처럼 음악처럼’ 등 가요를 재즈로 소화한 <재즈 코리아>(2000), ‘꽃밭에서’, ‘한 오백년’ 등을 남미 음악으로 풀어낸 <라틴 코레아>(2007), 바흐 음악에 재즈 색채를 더해 재창조한 <바흐 리노베이션>(2009), 재즈 기타리스트와 듀엣으로 연주한 <두엔데>(2010), <리플렉션>(2011) 등이 그렇다. 올해 말에는 가요에 탱고의 옷을 입힌 <탱고 코리아>를 발표할 계획이다.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과 한국 재즈 1세대 트럼펫 연주자 최선배의 최근작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지난해 발매된 루시드폴 5집 <아름다운 날들>에선 ‘어부가’, ‘그리고 눈이 내린다’ 등 네 곡을 삼바·쿠바 리듬 같은 월드뮤직 풍으로 편곡했다.

“루시드폴(조윤석)과 작업하면서 놀랐어요. 윤석씨가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 스타일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서로 참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둘은 이참에 아예 공연을 같이 하기로 했다. 20~22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루시드폴 위드 조윤성 세미-심포닉 앙상블’이라는 합동공연을 한다. 바이올린·첼로·비올라 등 12인조 현악단, 플루트·트롬본 등 4인조 관악단, 기타, 건반, 드럼, 퍼커션 등 20여명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더해 60인조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내는 편성을 시도한다.

“관현악 작·편곡에 관심이 많아 영화음악이나 팝 음악에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재즈 색깔을 바탕으로 한 고급스러운 팝 음악을 만들어낸 트럼펫 연주자 출신의 미국 유명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제 롤모델이죠. 한국에선 재즈보다 대중음악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재즈는 미국에서 잘하면 되거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조윤성씨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총선 끝나자 ‘KTX 민영화’ 밀어붙이는 정부
서울시 “요금 협상 깨지면…” 지하철 9호선 매입도 고려
김형태 출당 보류…새누리 쇄신 후퇴?
김형태 제수씨 “시아주버님이 속옷 바람으로…”
“머리 위 날아온 포탄파편 맞았으면 즉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