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행궁동 주택가에 펼쳐진 대안공간 눈의 ‘벽화 골목 만들기’ 프로젝트 풍경. 한 아이가 벽화 속 또래 친구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위)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아래 첫째)에서 열리는 ‘에이아르페스티벌’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비롯해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있는 책, 듣는 책, 보는 책’(아래 둘째) 등 비영리 미술공간들의 공공적, 실험적인 활동내용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AR페스티벌’ 내일부터 열려
대안공간·스튜디오 37곳 참가
실험성·공공성 담긴 미술 선사
위축된 입지 다지고 미래찾기도
더잭 팝아트·이완 특별전 눈길 #1. 부산의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는 7년 전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배밭에 낡은 창고를 개조한 스튜디오 10개를 지었다. 그 뒤로 해마다 국내외 작가 10명이 현지 작업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꾸렸다. 작가들은 어린이·청소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전국 학교와 미술관도 방문해 협업 활동을 벌인다. #2. 수원의 대안공간 ‘눈’은 예술재능 기부행사로 입소문이 났다. 시내 행궁동 골목길과 미술관 잔디마당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놀이와 노래, 연주, 강연으로 꾸미는 ‘들썩들썩 골목난장’을 열어왔다. 레지던시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골목 담에 벽화를 입히는 작업을 벌인 뒤로는 주말마다 관광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미술판이 화랑과 미술관, 경매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다. 실험성·공공성을 지향하는 비영리 전시공간들이 이처럼 곳곳에서 미술계 한편을 떠받치며 활동하고 있다. 21~25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다목적홀에 가면, 비영리미술기관들의 다양한 작업들을 볼 수 있다. 대안공간·창작스튜디오 모임인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가 전국 비영리 전시공간 37개를 불러모아 꾸미는 ‘에이아르(AR)페스티벌’이다. 전국의 비주류 공간들이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인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제목의 ‘AR’는 대안을 뜻하는 영어단어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첫 글자 ‘에이’(A)와 창작스튜디오를 뜻하는 영단어 ‘레지던시’(Residency)의 첫 글자 ‘아르’(R)를 따온 것. ‘루프’, ‘아트스페이스 휴’, ‘눈’, ‘오픈스페이스 배’ 등 비영리 전시공간 19곳, 국공립·사설 창작스튜디오 17곳이 참여한다. 기관별로 각기 부스를 차려 전시하는 콘텐츠 마켓 형식을 빌렸지만 장터는 아니다. 각 지역의 비영리공간들이 만들어온 예술 콘텐츠와 작가 양성 프로그램, 기획전 등을 전시, 아카이브 형식으로 선보이는 얼개다. 작가, 기획자, 지자체 관계자들이 미술 정보를 나누는 교류마당이자, 일반 관객들에겐 미술관·화랑들에서 보기 힘든 현대예술의 새 흐름과 실험적인 작품, 공공미술·교육프로그램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대안공간은 1999년 서울 홍대 앞 ‘루프’가 처음 문을 연 이래 ‘풀’, ‘사루비아’, ‘인사미술공간’ 등이 활동하면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미술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미술시장의 상업주의에 맞서 신진 미술가 발굴과 실험적 작업들을 지원하며 독자 영역을 확보했지만, 최근 공공기관의 작가지원 확대, 미술시장 팽창 등으로 입지가 좁아져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축제는 이런 현실 앞에서 비영리공간들이 서로 활동 성과를 공유하며 미래 대안을 찾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개막날 눈길 끄는 차림표는 오후 4시부터 펼쳐지는 팝아트 작가 더잭과 기린의 퍼포먼스 ‘샷! 더잭 무비’다. 한 여인이 주인공 더잭을 사랑하다 증오감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줄거리에 힙합음악과 마임, 영상을 입힌 공연이다. 또 전미래 작가는 강아지 인형 미미를 데리고 전시장을 구경하는 퍼포먼스 ‘마담전-미미’를 벌인다.
신현진 독립큐레이터가 올해 가장 괄목할 만한 대안공간 작가로 선정한 이완씨의 특별전과 커뮤니티 존에서 상영되는 레지던시 작가 17명의 영상작품들도 주목된다. 이완 작가는 ‘종량-기준자’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 시스템의 의미를 되묻는 설치작품 <우리가 되는 방법>을 내건다. 스티로폼, 중고 냉장고 등 생활용품들을 5.06㎏에 맞춰 잘라낸 뒤 60개 저울 위에 올려놓는 작업이다. 비영리 전시공간 활성화를 논의하는 대안공간 1세대 미술인들과 창작스튜디오 전문가 워크숍도 2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김노암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대표는 “비영리 미술공간들의 콘텐츠를 소개하고, 예술적 성과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료. www.nasn.kr. (031)955-159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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