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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시리아인이 폭로하는 ‘조국의 지옥도’

등록 2012-04-22 19:58

[리뷰] 연극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
17시간 날아온 제작진
“돌아가면 무슨일 생길지…”
“시리아에서는 연습이나 공연이 불가능해요. 철저히 비밀리에 공연 준비를 했죠. 정부는 우리 공연에 대해 모를 겁니다. 시리아에 돌아가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직 모르죠.”(연출가 오마르 아부 사다)

100분짜리 연극을 하기 위해 17시간을 날아왔다. 연출가와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유를 말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시리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다. 2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하는 연극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는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운동 도중 무차별적으로 경찰에 연행돼 구금당하고 고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이 첫 공연 무대다. 다음달에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아마추어 영화감독인 주인공 ‘노라’는, 거리에서 이유도 모른 채 경찰에게 끌려가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히고 전기고문까지 당한 사람들의 증언을 카메라에 모은다. ‘기억을 기록한다’는 명쾌한 목표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이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서부터 ‘감정’이 개입되는지 불분명해진다. 노라는 혼란스러워하고, 피해자들은 증언을 계속한다. 노라와 증언자들이 카메라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무대 뒷배경에도 수시로 피해자들의 얼굴이 영상으로 나타난다.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공포스런 기억을 힘들게 되살리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노라가 태우는 담배 연기를 지켜보다 보면 관객의 마음도 먹먹해진다.

시리아에서 반독재 시위가 시작된 이후 나온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제작진은 주변 인물들의 실제 경험담을 극 속에 녹였다. 제작진 중에도 한달여 동안 감옥에 갇혔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연출가와 배우들은 “현실을 보여주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이 연극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알려진 뒤에 따를 위험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증언자로 출연한 배우 루나 아보는 “시리아에서는 안보 조치와 검열 때문에 이런 연극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연극을 하고 돌아가면 우리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연극에서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남자는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나 저는 행운이죠. 슬퍼할 시간이 있기에. 슬프기에 행운인 거예요.” 지난 16일 시리아에서 정부군에 의해 숨진 이가 민간인 8000여명을 포함해 1만명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02)708-5001. 박보미 기자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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