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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터럭 하나까지 그 사람

등록 2012-04-24 20:35

<허담 초상>
<허담 초상>
완주서 ‘한국의 초상미술’전
‘고종 어진’ 채용신 작품 선봬
아들·손자가 그린 초상들도
반백의 수염, 주름진 얼굴과 눈가의 검버섯. 용모로 미루어 오십살을 훨씬 넘긴 나이다. 형형한 눈빛과 깊게 파인 미간 주름 등에서 강직한 성품이 드러난다. 한 마리 학 문양 관복에 호패를 차고 왼손에 경서 <주자대전>을 든 것을 보아 문관임도 알 수 있다. 속저고리 은은히 비치는 올이 성근 관복은 계절이 여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구한말 초상화 거장인 석지 채용신(1850~1941)이 1918년에 사진을 토대로 그린 비단 채색 그림 <허담 초상>(그림·개인소장)의 모습이다. ‘털 한 오라기라도 닮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앞세운 극사실적 표현과 정신적 내면까지 담아내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전통 초상화 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다.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지난 20일 개막한 특별전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이상과 허상에 꽃피다’는 고종의 어진(왕의 초상)을 그린 화사 채용신을 중심으로 현대화가에 이르기까지 국내 화단을 수놓은 ‘초상 세계’의 전개를 살펴본다.

최근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채용신의 명작 <운낭자 초상>(1914)을 비롯해 그의 미공개작들인 <허담 초상> <처헌공 초상> <홍순학 초상> <정만재 초상>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아들 상묵이 그린 <홍경하 초상>과 손자 규영의 그림 <정종엽 초상>도 처음 공개됐다. 채용신과 아들 상묵, 손자 규영 3대로 이어지는 초상화 가문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해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채용신은 무인 가문 출신으로 지방군수를 지내다 인생 후반기 화가의 길을 걸었다. 스승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솜씨를 타고났다고 전한다. 1923년 칠십 넘긴 나이에 전북 정읍 신태인에 그림 공방을 세워 화가로 활동했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조은정(50) 한남대 대학원 교수는 “그림 뒷면에 물감을 칠해 색이 배어나오게 하는 배채법, 사진처럼 세밀한 묘사, 정면을 향한 얼굴 등의 전통 초상화 양식을 따르면서도, 원근·음영법 등 서양화법을 접목해 근대 초상화에서 전통과 새로움을 동시에 보여준 작가”라고 소개했다. 윤범모(61) 가천대 미대 교수도 “미술을 천시한 유교문화 시대에 군수를 지낸 양반 출신이 전업화가로 활동한 사실은 획기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근현대기 작가들이 구한말 비운의 조선왕가를 소재로 작업한 여러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채용신이 그린 <고종 황제 초상>(1920년 이후)을 비롯해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순종 어진>(1913), 한국화가 정종미 고려대 교수의 대형 작품 <역사 속의 종이부인 명성황후>(2008), 미디어영상작가 임선희씨가 고종, 명성황후, 순종을 살아 있는 가족으로 재구성한 2분짜리 신작 동영상 <어느 날>(2012) 등이 나왔다.

권진규, 류인, 이용덕, 이종구, 최석운, 홍경택씨 등 작가 31명이 ‘초상’을 주제로 한 회화·조각·영상·설치작업도 살펴볼 수 있다. 5월28일까지. (063)290-6888.

완주/정상영 기자, 도판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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