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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레이디가가 찢어진 현수막에
“하나님이 강한 바람 일으켜서…”

등록 2012-04-27 16:10수정 2012-04-27 16:12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퍼지고 있는 찢어진 레이디 가가 공연 현수막 사진. 출처 포털사이트 기독교 관련 블로그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퍼지고 있는 찢어진 레이디 가가 공연 현수막 사진. 출처 포털사이트 기독교 관련 블로그
공연장 현수막 훼손사진 SNS 통해 확산
보수 기독교단체가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을 선정성과 동성애 확산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논란을 빚은 가운데 공연 당일인 27일 찢어진 레이디 가가 공연 현수막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문제의 사진에는 공연장인 잠실 종합운동장에 걸려 있는 레이디 가가 공연 현수막이 정교하게 절반가량 찢어져 훼손된 장면이 담겨 있다. 사진 아래에는 “레이디 가가 현수막이 찢어졌습니다. 주님께서 강한 주님께서 강한 바람을 일으키셔서 찢으셨습니다”라는 쓰여 있다. 글쓴이는 또 “경비가 삼엄하기에 사람이 저 위에 올라가서 찢을 수도 없습니다”라며 “감사하게도 여기 공연장 현장에 저희 말고도 몇 분이 오셔서 경기장을 돌며 기도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내일 폭우가 쏟아지든지 레이디 가가 건강이 악화되든지 무대 설비가 고장나거나 무너져서 내일 공연이 취소되거나 망하길 기도합니다”라며 “내일은 저녁 6시에 예배드리고 7시부터 공연장에서 기도합니다. 많이 오셔서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썼다. 사진의 출처는 한 포털 사이트의 기독교 관련 카페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날 오전부터 블로그는 물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레이디 가가 공연이 선정성과 동성애를 유포시킨다는 이유로 공연반대 기도회를 열고,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해 현수막 훼손 사진도 기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누리꾼들은 보수단체의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움직임과 현수막이 워낙 정교하게 훼손된 것을 들어 강풍이 아니라 고의로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문제의 사진은 지난 월요일 강풍이 불어서 찢어진 것”이라며 “이게 왜 공연 당일 확산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저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현수막을 찢겠느냐”며 일부에서 제기한 훼손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위터 등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운동과 현수막 훼손을 싸잡아 비판하는 의견이 많다. 트위터 이용자 @OSUN_DO***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리 할 일이 없으셔서 현수막 찢고 계시겠니”라며 “주님께서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니, 진짜 나라 망신이다. 쪽 팔린다”고 비난했다. @IcicleIrrad***는 “니들의 의지를 신의 의지인양 떠들지 마라. 십자군 전쟁이 떠오른다”고 말했고, @JudithGJ***은 “크리스천인 내 얼굴을 붉게 만들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비난했다.

@yoonguk***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것은 한기총 등 보수단체들의 하찮은 문화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국제적인 ‘문화 왕따’를 자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LightingOf***은 “ 레이디 가가나 동성애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고 탄압하고 따돌리는 종교 광신도들의 혐오 범죄가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큰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공연을 앞두고 공연장 주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레이디 가가 공연에 반대하는 보수 청년단체들은 당일 올림픽경기장 근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6일 낸 성명에서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청년과 미성년 학생의 가치관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저급한 외설행위”라고 주장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27일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까지 대규모 시위 징후는 없고, 공연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경찰에 질서유지를 위해 충분한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디 가가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팝의 아이콘이자 대중 예술가”라며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예술의 영역으로 종교와 윤리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의 월드 투어 첫 공연 ‘더 본 디스 웨이 볼’은 2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며, 이후 홍콩, 일본,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등 11개국에서 진행한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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