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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흩날리는 ‘개발의 눈물’

등록 2012-05-01 20:40

정직성의 ‘무제-201239’
정직성의 ‘무제-201239’
[주목! 이 작품] 정직성의 ‘무제-201239’
젊은 여성화가 정직성(38)씨는 ‘강남 신화’가 불을 지피기 시작한 1970년대 서울에서 태어나 80~90년대 개발 바람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급속한 도시화와 대규모 개발로 끊임없이 확장되는 도시 공간은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다.

4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에서 전시되는 그의 대형 유화 <무제-201239>(2012)는 도시와 공간, 삶에 대한 작가 특유의 사유를 역동적인 붓놀림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봄날 정취를 담은 한 폭의 풍경화로 비친다. 햇볕 따뜻한 봄날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화사한 꽃동산 사이로 정갈한 집이 오수에 졸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그림의 실체는 개발과 재개발을 거듭하면서 거주민들의 삶의 흔적과 기억의 단절을 불러오는 폭력적인 공간환경을 비판하는 작업이다. 밑그림으로 근대화 이후 도입된 대표적 인공 구조물인 송전탑을 그려넣은 뒤 거침없는 붓질로 그 완강한 구조를 해체하고 재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벚꽃 무리처럼 보이는 것은 공사현장에서 공간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작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최열 학예실장은 “오늘날 도시 공간이 구성되는 원리와 급속한 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각, 경직된 사회 구조에 대한 회화적 항변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정 작가가 2009년 이미지 드로잉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지난해 9월부터 작업에 들어가 올해 3월에 끝을 냈다. 이미지를 지우고 추가하기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붓질하는 행위는 마치 공사 현장처럼 건물을 허물고 짓는 작업의 반복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구조물을 좀더 효과적으로 허물어뜨리기 위해 처음으로 뿌리기와 흘리기 기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개발이라는 재난 속에서 삶의 흔적과 기억의 단절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외상을 치유하고 공허감을 메꿔줄 새로운 기억이나 질서가 필요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작가는 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이 작품을 포함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작품 50여점으로 김종영미술관에서 ‘2012 오늘의 작가’ 초대전을 연다. 조각 중심 전시장인 이 미술관이 2004년부터 해마다 선정해 전시해온 ‘오늘의 작가’에 조각이 아닌 순수회화 작가를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02)3217-648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도판 사진 김종영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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