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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33년간 벼려온 ‘무채색 자연’

등록 2012-05-08 18:05

주목! 이 작품
민경갑의 ‘진여’
마지막 개인전이 1979년이었다는 게 뜻밖이었다. 일찌감치 한국 화단의 중진으로 활동해온 민경갑(79) 화백이 서울시립미술관 본관(6월3일까지, 02-2124-8800)과 남서울미술관(7월8일까지, 02-598-6247)에서 여는 개인전은 무려 33년 만이다. 오랜만인 만큼 전시 작품의 수는 무려 107점. 보통 100호 넘는 크기의 큰 그림들이다. 갈증이 컸을 텐데 꾹 참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림이란 게 끝이 없어요. 발견해도 발견해도 점점 새로워집니다. 좀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 기다리다보니 30년이 넘었네요.”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이지만 노작가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반대로 그림은 힘을 쏙 뺀듯 여유롭다. 강렬하고 단순하면서도 경쾌했던 산 그림으로 유명한 민 화백의 그림은 이제 색과 형태의 경계가 부드러워졌고, 힘이 넘치던 색감과 단단하던 구도는 훨씬 차분하면서도 동적인 것이 됐다. 물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여전히 힘이 숨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영원한 주제는 ‘자연’이다. 1970~90년대는 ‘자연과의 조화’, 90년대 중후반은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자연 속으로’라는 연작을 그려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연작 제목은 주로 ‘무위’였고, 이번 개인전으로 정리하는 최근 연작은 제목이 ‘진여’(眞如)로 바뀌었다. ‘진리’ 또는 ‘참된 마음’을 뜻하는 이 말은 자연을 평생 흠모해온 그가 자연 속으로 좀더 녹아들고자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진여’ 시리즈는 한국의 자연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던 시절 생각의 싹이 텄다고 한다. “곳곳에 얼마나 성황당이 많은지 몰라요.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그 어떤 것들이 그 속에 깔려 있는 거죠. ‘아, 한국의 정체성이 여기 있구나’라고 실감했습니다.”

작품 소재는 성황당에 복을 빌며 걸어놓은 오색 천들이다. 바람에 흩날리면서도 나무에 단단히 매여 있는 그 꿈 같은 천들의 모습을 그려온 것이 진화해 ‘진여’로 자리잡았다. 새 그림 <진여 11-9>(사진)에선 트레이드마크였던 충만한 색깔이 사라지고 먹색만 나부낀다. “더욱 진지하고 순수하게 생각을 벗겨내보자는 것이 바로 ‘진여’예요. 한국화의 본질인 먹이란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채색이지만 모든 색이 들어 있는 색, 그게 바로 먹이잖습니까.”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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