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진경시대 회화대전’
현재 심사정·표암 강세황…
18세기 대표화가 20명 망라
산수부터 풍속화까지 선봬 지금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는 18세기 우리 옛 그림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주연은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같은 200~300년 전 대화가들. 연출자는 최완수 연구실장을 비롯한 간송미술관 연구자들이다. 지난 13일부터 그들이 올린 봄전시 무대는 ‘진경시대 회화대전’이란 제목이 붙었다. 70여년 묵은 낡은 전시장이지만, 숙종~정조시대 조선의 문예중흥기 주요 화가 20여명의 명품 100여점이 나와 그들 사이 피어났던 회화사의 극적인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단절과 사료 부족에 짓눌려온 한국 회화사에서 18세기는 드물게 빛으로 충만한 시대였다. 우리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산하와 풍속의 정취를 처음으로 표현해냈던 그 시절 화가들의 남달랐던 지성과 감각이 명품 그림들 속에 어우러져 후대인들을 깨운다.
일제강점기 숱한 문화유산들을 수집하며 지켜낸 창립자 간송 전형필(1906~1962)의 50주기전으로 차린 전시의 기본 틀은 ‘진경시대의 1~3세대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간송학파 학자들은 조선 후기 문예중흥기를 ‘진경시대’로 이름붙이고, 당대 화가들을 1, 2, 3세대로 구분해왔다. 17세기 말 숙종대에 태어나 조선 성리학을 배경으로 두고 우리 산하의 기운찬 경치를 새롭게 옮겨내는 화풍을 창안한 겸재 등이 1세대, 중국 명대 선비그림(남종 문인화)을 기본 삼으면서도 조선 현실에 맞게 융합시킨 현재 등 후배 화가들을 2세대로 일컫는다. 여기에 18세기 말 정조 후원으로 1세대 진경산수화풍을 심화시킨 단원, 혜원, 긍재 김득신 등을 3세대 작가로 보고, 이들의 작품을 다채롭게 배치해 진경화풍의 변천상을 보여주는 게 이번 전시다.
서막은 금강산 그림이다. 1층 들머리를 단원과 겸재가 그린 내외금강의 힘찬 절경들이 덮었다. 겸재가 그린 내금강 입구 단발령 풍경에서 시작해, 장쾌한 외금강 구룡폭의 비경과 내금강 명경대, 총석정 등을 특유의 가지 치는 듯한 필법으로 그린 단원의 걸작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삼일포 문암에서 바라본 해돋이 광경을 담은 겸재의 <문암관 일출>은 복잡한 바위 풍경을 극도로 간략하게 축약시켜 장쾌한 비경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표현력의 진수다.
표암과 이인상의 소담한 연꽃 문인화와 한겨울 꼿꼿한 유덕장의 <설죽도>, 겸재의 소담한 초충도 소품 그림 앞에서 설레는 기분을 삭인 뒤 다시 후면 진열창으로 다가가면, 서울 청운동 숲을 그린 겸재의 대작 <청풍계>, 현재 심사정, 최북 등이 그린 큰 폭의 산수화들이 메들리처럼 이어진다. 명필 원교 이광사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합작해 그린 <잉어>와, 간송 전형필의 국화 그림 등 유묵과 애장품이 1층 전시장 말미를 아련하게 수놓는다.
2층은 18세기 겸재의 뒤를 이은 2, 3세대 대가들이 수놓은 진경회화의 모자이크다. 겸재의 한강 사생첩 소품을 비롯해 최북·김득신·김석신·정수영 등의 소품들이 물 흐르듯 지나간다. 대작 <강산무진도>로 유명한 화원화가 이인문이 신선들의 숲 속 풍류 모임을 그린 <모춘야흥>의 우아한 묘사를 거쳐 혜원의 에로틱한 풍속화 연작들이 대미를 마무리한다. 섬세한 필선에 18세기 남녀 애정풍속도 등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이 눈맛을 돋운다. 달빛 아래 고적하게 앉은 개 그림 <나월불폐>에서는 조명받지 못한 천재화가의 불우한 내면을 읽게 된다. 전시장을 돌고나면, 18세기 옛 그림들의 여명은 풍경의 기운으로 시작해 감각의 황혼으로 끝을 맺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27일까지. (02)762-044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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