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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실수투성이·뒤죽박죽 무대
그래도 관객은 좋아죽는다

등록 2012-05-17 20:11

5년만의 재공연 ‘노이즈 오프’
5년만의 재공연 ‘노이즈 오프’
5년만의 재공연 ‘노이즈 오프’
3류극단 소동 다룬 코미디극
무대 뒷얘기 생생묘사 ‘발군’
참으로 어이없는 연극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실수투성이인데다 극의 진행도 뒤죽박죽이다. 여배우가 공연중에 눈에서 빠진 콘택트렌즈를 찾아 바닥을 기고, 무대 뒤에서는 치정관계로 얽힌 남배우들 사이에 주먹이 오간다. 또 잘생긴 연출가를 사이에 두고 여자 조연출과 여배우가 사랑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술고래 노배우는 고주망태가 되어 자기 차례를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러고도 공연이 될까 싶다. 그런데 관객들은 야유는커녕 박장대소하며 좋아 죽는다. 의도된 실수가 바로 연극 <노이즈 오프>(사진·연출 백원길)의 매력이다.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중인 연극 <노이즈 오프>는 공연을 앞둔 어느 3류 극단의 황당한 소동을 다룬 코미디극이다. 연극 <코펜하겐> 등으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이 쓴 작품으로 1982년 런던에서 초연한 이래 30년간 세계 40여 나라에서 무대에 오른 화제작이다. 국내에선 2006년 초연됐고 2007년 공연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어느 수요일 오후 영국의 한 시골에 있는 전원주택 거실.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리고 가정부 ‘클래킷 부인’이 닭다리 접시를 들고 등장한다. 전화를 받고는 짜증을 내다 퇴장한다. 그러자 조용하던 동숭홀 객석에서 난데없이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퍼진다. “닭다리 놓고 가셔야죠. 전화도 끊고!” 관객들이 깜짝 놀란다. 그러자 클래킷 부인이 객석을 보고 “아 맞다, 전화 끊어야 되지” 하고 멋쩍게 웃는다. 객석의 외침은 연출자의 연기 지시였던 것이다. 그제야 관객들은 극중극 리허설 장면이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린다. 다시 연출가가 일체의 소음을 중단하고 막을 올리라는 ‘노이즈 오프’(Noise Off) 신호를 보내고 극이 재개되지만 배우들의 실수는 끊이지 않는다.

연극 <노이즈 오프>는 한 극단이 무대 앞에서 펼치는 극중극 <빈집 대소동>의 마지막 리허설(1막)과 무대 뒤(백스테이지)의 갈등상황과 연습 장면(2막), 실제 공연 모습(3막)을 모두 3막에 걸쳐 생생하게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배우들의 거듭되는 실수에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연출자, 조연출·무대감독 등 스태프의 허둥대는 모습, 배우와 배우 사이 애증관계, 배우와 스태프 사이의 갈등, 본디 연출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공연 장면 등을 무대 앞과 뒤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연극이 1~2막으로 1시간 반 남짓인 데 비해 이 작품은 3막까지 2시간 반이 넘는데도 곳곳에 내장된 폭소 코드로 지루하지 않다. ‘무대 뒤 배우와 스태프들의 이야기’라는 소재와 1막의 주요 배경이던 6m 높이의 이층집 세트를 통째로 180도 뒤집어 보여주는 백스테이지 모습 등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간혹 과잉 연기가 눈에 띄지만, 극중극의 1인 2역을 소화하는 황정민·백원길·안신우·장현성·서현철 등 배우들의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6월10일까지. (02)762-001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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