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의 판화 ‘한강-합수머리 팔당호’
[주목! 이 작품] 김억의 판화 ‘한강-합수머리 팔당호’
작가는 집요하기 마련이지만, 목판화가 김억처럼 집요한 작가도 드물어 보인다. 수만, 수십만번 칼질로 나무에 우리 국토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보기만 해도 사람을 빨아들인다. 굽이치는 물줄기, 높고 낮은 봉우리들, 그 사이로 오가는 길의 모습까지 한반도가 빚어낸 풍경이 그대로 화폭으로 옮겨온 듯하다.
그러나 파노라마 같은 그 풍경들은 그냥 단순하게 이미지로 변환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지리적 사실과 그 해석까지 집어넣어 목판화로 국토지리의 풍경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한 그림 안의 모습이어도 바라보는 시점 여러 개가 합쳐지고, 그 땅 위 들어선 인간의 흔적들과 활동들이 정밀기록화처럼 세밀하게 들어 있다.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억 작가의 전시회 ‘한강-프롤로그’전은 제목처럼 한강을 주제로 잡았다. 앞서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 등 한국의 성곽, 요동(랴오둥)과 만주의 고구려 역사 현장을 찾았던 작가가 우리 국토의 젖줄을 나무에 새긴 작업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흑백 대비의 판화들과 함께 모처럼 다양한 색을 쓰는 다색판화들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작들을 보면 길이가 2m에 이르는 대작이 여럿이다. <한강-합수머리 팔당호>(그림)는 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경관이 실제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정교하고 장대하게 펼쳐진다. 칼끝으로 빚어낸 흑과 백의 두 색깔의 대비만으로 한강의 물결과 산의 나무, 그리고 거대한 산세까지 다양한 정경을 표현해내는 필력이 시야 전체를 압도해온다. 저 멀리 강 위로 놓인 다리며, 언덕에 개간된 밭들, 계곡 속에 살포시 숨어 있는 전통사찰, 그리고 실핏줄처럼 고불고불 이어지는 오솔길 등 오랜 세월 사람들이 땅에 새긴 무늬가 빼곡하게 중첩되어 있어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반면 <한강-한남동>은 정교함 대신 거칠고 역동적인 묘사로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긴다. 대범하게 선과 면을 큼직하게 처리해 서울 강남에서 바라본 북쪽 한강변 풍경을 묘사했다. 6월5일까지. (02)722-776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나무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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