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찬용
‘낯선 사람들’ 리더 고찬용 2집 ‘룩 백’
팝·재즈 넘나드는 화려한 선율 선보여
팝·재즈 넘나드는 화려한 선율 선보여
5인조 재즈 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이 1993년 발표한 1집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 참여했던 이소라는 이후 솔로 가수로 독립했다. 95년 2집까지 발표하고 3집을 준비하던 즈음의 일이다. 리더 고찬용은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고 있음을 느꼈다. 온몸에서 땀이 나고 경련이 일어났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다”며 “정신과에 한번 가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룹 동물원 출신 가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김창기에게 전화했다. 그는 ‘꿈의 대화’를 부른 가수이자 역시 정신과 의사인 이범용을 소개해줬다. 미국에서 최신 의학을 공부하고 온 이범용은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공황장애 판정을 내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증상이 특징인 병으로, 백화점 같은 공공장소나 승강기 같은 폐쇄공간에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하는 광장·폐소공포증이 따라오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앨범 작업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나 봐요.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자, 활동이 어려워진 ‘낯선 사람들’도 흩어지게 됐죠.”
설상가상으로 가족처럼 의지하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도 2003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집에 틀어박혀 쓴 곡을 반주까지 혼자 미디(컴퓨터 음악)로 만들어 2006년 솔로 1집 <애프터 텐 이어스 앱슨스>를 발표했다. 호평이 쏟아졌지만, 변변한 소속사나 활동이 없는 탓에 앨범은 곧 묻혔다.
6년이 흘렀다. 솔로 2집 <룩 백>을 들고 돌아온 고찬용의 얼굴은 한층 밝아 보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랜 약물 치료로 상태가 많이 호전된데다, 2010년 다시 모인 하나음악 식구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많이 편해졌어요.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랄까요.”
지난해 ‘푸른곰팡이’라는 회사로 부활한 하나음악 식구들이 연주자로 대거 참여한 이번 앨범에선 팝과 재즈를 넘나드는 화려한 선율이 춤을 춘다. 멜로디가 변화무쌍해 웬만해선 따라부를 수 없는 감상용 음악에 가깝다.
“전에는 코드 진행을 먼저 짜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마이크에 대고 흥얼거리며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코드를 붙인 경우도 많아요. 훨씬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거든요. 하다 보니 최면에 걸린 것 같은 상태에 이르러야 좋은 멜로디가 나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죠.”
이런 식으로 만든 곡이 ‘무지개 나비’, ‘기차’, ‘회전목마’다. 특히 ‘무지개 나비’는 두 마디마다 전조(조바꿈)가 될 정도로 현란하다. 악보를 보면, 반음 올리고 내리는 샵(#)과 플랫(♭)에다, 일반 가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분수코드’투성이다. 때론 불협화음도 있지만, 이 모든 게 조화롭고 아름다운 흐름을 이룬다.
“듣는 사람 생각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기분 좋아요. 특히 정원영, 이적, 김동률 등 음악인들이 트위터로 찬사해줬다는 말을 듣고 정말 고마웠죠.”
여러 방송사에서 들어온 섭외 요청을 “아직 준비가 덜됐다”며 사양한 그는 “더 많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2일 열리는 음반 축제 ‘레코드 페어’의 하나음악 특별무대에 서는 데 이어 7월1일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에서 첫 단독공연을 한다. (02)514-1633.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푸른곰팡이 제공
[화보] 아~ 옛날이여! 서울시정사진 특별전
<한겨레 인기기사>
■ 대일청구권 자금 쓴 기업들, 징용피해 지원은 ‘나몰라라’
■ 유시민 “비례대표 모두 각자 할만큼 부정 저질러”
■ 폭스바겐 1000대 제작결함 발견으로 ‘리콜’
■ 남의 남편이 내 마음에 들어올 때
■ [화보] 아~ 옛날이여! 우량아 선발대회 풍경
고찬용 솔로 2집 <룩 백>
■ 대일청구권 자금 쓴 기업들, 징용피해 지원은 ‘나몰라라’
■ 유시민 “비례대표 모두 각자 할만큼 부정 저질러”
■ 폭스바겐 1000대 제작결함 발견으로 ‘리콜’
■ 남의 남편이 내 마음에 들어올 때
■ [화보] 아~ 옛날이여! 우량아 선발대회 풍경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