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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용수들 널빤지와 한몸
‘인간의 양면성’ 춤사위로

등록 2012-06-05 20:11

국립현대무용단 작품 ‘호시탐탐’ 연습 현장
국립현대무용단 작품 ‘호시탐탐’ 연습 현장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호시탐탐’ 연습 현장
일본 소설 ‘라쇼몽’ 뼈대로
1부는 마임연극처럼 표현
2부는 춤사위로 채워가

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무대 위로 남녀 무용수 16명이 하나 둘 등장한다.

종종걸음, 절뚝걸음, 느린 걸음, 깡총깡총, 뒤뚱뒤뚱, 저마다 걷는 모습이 다르다. 한 사람씩 무대 오른편에 놓인 집 구조물에서 널빤지 하나씩을 떼어내어 어깨에 진다. 머리 위로 빙빙 돌리더니 안고 뒹굴고 그 위를 걷기도 한다. 다시 음산한 북소리가 울리자 무용수 3명이 까마귀 소품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나타나 무대를 맴돈다. 한구석에는 남녀 무용수 2명이 실랑이를 하고 있다. 젊은 남자와 늙은 여자다. 남자는 바닥에 널브러진 주검에서 머리카락을 훔치는 노파를 꾸짖는가 싶더니 그 노파의 옷을 훔쳐 달아난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의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 현대무용스튜디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2년 신작 무용 <호시탐탐>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오는 15~17일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심탐탐>은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라쇼몽>(羅生門·1915년)을 바탕 삼아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호시탐탐’이라는 주제로 풀어본 작품이다.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1부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40분)과 순수한 영혼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2부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34분)로 짜였다.

“두가지 서로 다른 내용으로 꾸며보았습니다. 1부는 소설 <라쇼몽>에서 나타나듯 호시탐탐 도둑질을 하려는 인간 군상을 풍자하고자 했고, 2부는 <라쇼몽>과 관계없이 나 자신, 인간의 나태함을 깨보려고 했어요.”

무용수들과 총연습을 진행하던 안무가 홍승엽 예술감독은 “1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마임 연극처럼 표현한 반면에 2부는 제가 좋아하는 (추상적인) 춤사위를 가지고 밀도 있게 시공간을 채워나간다”고 설명했다.

<호시탐탐>의 뼈대가 되는 소설 <라쇼몽>은 일본 헤이안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주인집에서 쫓겨난 한 남자 하인이 버려진 여자 주검으로부터 머리카락을 뽑는 노파를 본다. 노파는 그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치다 죽었다며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팔아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변명하고, 하인은 자신도 굶어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노파의 옷을 벗겨 떠나버린다.

홍 예술감독은 “오래전부터 <라쇼몽>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해보려고 했으나 원작이 너무 짧은데다 작가가 핵심만 던져놓았기 때문에 춤으로 풀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호시탐탐>은 홍 예술감독이 중국 작가 루쉰의 <아큐정전>을 모티브로 한 <아큐>, 한국 작가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를 원작 삼은 <벽오금학>에 이어 아시아 문학작품을 현대무용으로 만든 세번째 작품이다.

그는 무용수들과 <호시탐탐>을 준비하면서 움직임의 강약에 따른 리듬감을 강조했다. 1부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에서는 캐릭터의 특징을 독특한 춤사위나 걸음걸이로 보여준다. 2부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에서는 연잎, 이슬, 달빛 등을 묘사한 밀도 있는 춤이 도드라진다. 오디션으로 뽑은 권민찬·김동현·김영재·김태희·박상미·이수진 등 무용수 16명이 공연한다. (02)3472-142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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