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양혜규 씨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 연출
연기파 배우 발리바르와 함께
1인 낭독 모노드라마로 선봬
“뒤라스에 관심…난 밑줄친 것”
연기파 배우 발리바르와 함께
1인 낭독 모노드라마로 선봬
“뒤라스에 관심…난 밑줄친 것”
양혜규와 잔 발리바르. 양혜규(40)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설치미술가다. 그럼 잔 발리바르(44)는? 프랑스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딸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아버지 못잖은 문화계 스타다. 프랑스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얼핏 연결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작업을, 그것도 각자 전공인 미술과 영화가 아닌 ‘연극’을 선보인다. 양혜규 작가가 연출하고, 잔 발리바르가 연기하는 1인극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5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축제인 독일 카셀도쿠멘타 올해 행사에는 20년 만에 한국 작가 세 명이 초청받았다. 전준호(43)·문경원(43) 팀과 함께 참여하는 양 작가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품 <진입: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와 함께 이 독특한 연극을 현지 시간 7일 밤 카셀 주립극장에 오프닝 행사로 올릴 예정이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두 여성 예술가를 이어준 이는 프랑스의 여성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96)였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영화로도 유명한 <연인>의 작가 뒤라스의 단편소설로, 사랑을 할 수 없는 병을 지닌 남자가 사랑을 배우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사랑의 불가능성’이 주제다. 양 작가는 발리바르가 무대에서 원작 전체를 읽는 일종의 ‘낭독 모노드라마’로 이 소설을 극작화했다. 한 프랑스 화랑 대표의 소개로 3월 만난 두 사람은 이 특별한 무대를 준비해왔다.
양 작가는 오랫동안 뒤라스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국내에서 뒤라스 영화제를 기획했고, 정식 출간된 적 없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직접 번역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뒤라스가 살았던 집 주소를 제목으로 붙인 설치작품 <생브누아가 5번지>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블랑쇼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뒤라스란 작가를 알게 된 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읽어본 게 계기였다. 이후 그는 뒤라스와 이 소설을 두고두고 곱씹고 파고들었다. 카셀로 떠나기 전 <한겨레>와 만난 양 작가는 “뒤라스는 굉장히 모순되고 상반된 요소들이 많아 명쾌하게 묶어내기 어려운 사람이어서 관심 갖게 됐다”며 “그를 공부하면 할수록 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작품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소설 전체를 읽는 데는 45분이면 충분하지만 공연은 70분이 걸린다. “‘글로 쓰인 목소리’ 작업이에요. 읽었을 때 이해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낭독 중간의 침묵이나 배우의 숨도 극의 일부가 돼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읽는 이 여자가 작가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양혜규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고, 관객 앞의 배우가 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 공연은 제가 만든 이벤트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을 불러내 그 텍스트에 밑줄을 치거나 동그라미를 그려 강조해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 묘한 작업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불완전성’과 ‘불가능성’이란 두 가지 개념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영원히 불가능하고 불완전할 수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계속 이 소설에 관한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뒤라스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도 작품 말미에는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 경우를 위한 안내문을 덧붙였어요. 뒤라스가 상연을 마다함으로써 구현한 불가능성을 저는 계속 반복 시도하는 것으로 끝내 불완전함으로 남기려고 하는 겁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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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현대미술축제인 올해 ‘카셀도쿠멘타’에 초청받은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가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난해한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1인극으로 만들어 카셀 현지에서 공연한다. 연기는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잔 발리바르(무대작업 이미지 사진)가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양혜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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