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김광보 연출가가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냉정한 연기를 주문하고 있다. 극단 신시 제공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연출 김광보
일본 이지메 다룬 희곡 각색
어른문제로 교실폭력 재해석
손숙·박용수 등 출연자 묵직
일본 이지메 다룬 희곡 각색
어른문제로 교실폭력 재해석
손숙·박용수 등 출연자 묵직
어느 가을 아침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에서 한 여학생이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된다. 곧이어 그가 자살 직전 담임선생과 다른 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에는 그가 당해온 따돌림과 집단괴롭힘, 그리고 그 가해자인 급우 5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는 저마다 “우리 애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 “그 아이의 가정문제가 아닐까”라며 발뺌한다. 심지어 “우리 한 번 뭉쳐봅시다. 유서는 처음부터 없었다”며 편지를 빼앗아 불태우고 씹어 삼킨다.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엠(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우리 사회의 감추고 싶은 자화상인 ‘학교폭력’을 소재 삼아 ‘누가 우리 아이를 괴물로 만들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문제가 가해자나 피해자 학생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연출가 김광보씨는 “학교폭력에는 학부모, 학교, 교육당국, 언론 등 우리 사회 구조의 포괄적인 문제점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며 “학교폭력을 우리 어른들의 문제로 펼쳐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연극은 일본 아오모리현의 한 중학교 교사를 지낸 극작가 하타사와 세이고가 2008년 집필해 무대에 올린 원작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친 작품이다. 작가는 2006년 일본 규슈 지방에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집단괴롭힘(이지메)을 당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이 희곡을 썼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그는 “자살한 학생의 장례식 때 가해 학생들이 관 속 친구 얼굴을 보면서 ‘아, 뒈져버렸군’이라 말하며 웃었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충격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 1월 낭독공연으로 소개된 바 있다. 김광보 연출가는 “낭독공연은 관객의 상상력에 의존하지만 연극은 무대에서 구체화되어 드러나기 때문에 왜곡될 수도 있다. 끝까지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가해자 부모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그 인물의 입장의 정당성을 믿으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부모, 학교 입장은 불편한 진실이고 논리에 맞지 않지만, 배우들은 무대에서는 당당하게 각자 입장을 드러낼 것”을 주문했다. 가해 학생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길해연씨도 “만약 내 아이가 그렇다면 과연 ‘너는 잘못했어, 벌을 받아야 돼’ 이럴 수 있을까? 어쨌든 내 아이를 옹호하고 싶어 하겠죠. 이런 우리들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연극에는 학생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가해자의 부모들과 학교 교장, 학생주임, 담임선생, 증인인 아르바이트 편의점 직원, 그리고 마지막에 피해 학생의 엄마가 등장할 뿐이다.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신덕호, 이선주, 김난희 등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7월29일까지. 1544-15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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