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4인조 인디밴드 멜보이
서정민의 음악다방
철공소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공존하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창작촌에 자리잡은 공연장 로라이즈. 간판 하나 없이 회색 시멘트 천장과 바닥 그대로 공연장으로 만든 곳이다. 24일 저녁 이곳에서 연주하던 밴드 빛과 소음, 엘루이즈, 헬리비전을 객석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외국인들이 있었다. 그러더니 맨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나가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4인조 인디밴드 멜보이(사진)의 한국 클럽 투어 마지막 무대였다. 멜보이는 지난해 데뷔 미니앨범(EP) <미드나이트 메이크업>을 발표한 신인 밴드. 2009년 그래미상을 받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마스 볼타’ 출신의 아이키 오언스가 프로듀서를 맡은 기대주다.
멜보이가 한국에 오게 된 인연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이맘때면 미국 최대 음악축제 중 하나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가 열리는 텍사스의 작은 도시 오스틴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50여 나라에서 온 2000여명의 음악인들이 도시 곳곳에서 연주한다. 멜보이도 어느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한 뒤 길거리에서 또 공연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길을 지나던 한국 인디밴드 크라잉넛이 이들의 연주에 맞장구치며 어울렸다. 당시 크라잉넛은 3호선 버터플라이, 옐로우 몬스터즈와 함께 ‘서울소닉’이라는 투어 프로그램을 꾸려 그 음악축제에 참가하던 중이었다.
며칠 뒤 크라잉넛이 어느 재미동포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받아 가는 길이었다. 골목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놀던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멜보이였다. 크라잉넛의 제의로 멜보이도 함께 파티에 가서 음악을 연주하며 신나게 놀았다. 크라잉넛이 멜보이에게 말했다. “너네 한국 와서 공연하면 되게 재밌겠다.” “정말로 갈까?”
멜보이는 자비를 들여 지난 14일 한국에 왔다. 다음날부터 서울 홍대앞 라이브 클럽을 돌며 매일 공연했다. 크라잉넛, 3호선 버터플라이, 옐로우 몬스터즈, 로다운30, 비둘기우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파블로프, 문샤이너스, 몸과 마음, 서교그룹사운드, 락타이거즈, 해리빅버튼 등 수많은 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 밴드들은 정말 프로페셔널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런 밴드들과 공연을 하고 싶었다. 요즘 미국에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하는 밴드들만 넘치지 에너제틱한 밴드가 별로 없다. 홍대앞이야말로 밴드의 천국이다. 내가 상상하던 로큰롤이 여기에 있다. 관객들도 최고이고, 특히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내가 본 최고의 밴드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미국 투어에 나섰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주현은 “우리가 미국에 무작정 가서 계란으로 바위 치듯 부딪치며 느꼈던 문화적 충격을 멜보이도 한국에 와서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서 11차례 공연을 마친 멜보이는 25~26일 이틀간 한국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곡을 녹음까지 했다. 여기서 녹음한 걸 갖고 돌아가 앨범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이들 넷은 한글로 ‘록 인 서울’이라는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10월에 꼭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이들은 27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요즘 들어 레이디가가, 라디오헤드, 에미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는다.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은 앞다퉈 일본·미국·유럽으로 나가 공연한다. 스타들의 화려한 행보도 좋지만, 물밑 인디밴드들의 끈끈한 교류도 점차 늘어난다면 우리 대중음악계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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