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멜로디는 가라…댄스판 공식 깬 ‘비트의 공습’

등록 2012-06-27 20:32

왼쪽부터 에프엑스, 원더걸스. 에스엠·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에프엑스, 원더걸스. 에스엠·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가 본
‘일렉트릭 쇼크’ ‘라이크 디스’ 열풍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와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원더걸스의 ‘라이크 디스’의 쌍끌이 열풍이 뜨겁다. 두 노래는 6월 넷째 주 국내 유일의 정부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 차트’에서 나란히 1·2위에 오르는 등 각종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멜로디보다 비트를 앞세운 이런 음악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두고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가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

원더걸스의 ‘라이크 디스’와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두 곡 모두 가요에 대한 대중의 취향과 대형 연예기획사의 지향이 바뀌는 순간을 드러내는 한 징표로 본다.

이는 몇 주 전만 해도 차트 상위권에 있던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추격자’와 걸그룹 시스타의 ‘나 혼자’ 같은 곡과 비교할 때 더 선명해진다. 특히 시스타의 ‘나 혼자’는 1990년대 댄스가요의 뉘앙스를 계승하는 곡이란 인상을 받는다. 곡 구성과 멜로디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자극적이고 쉽게 각인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티아라의 ‘롤리폴리’, ‘러비더비’ 같은 히트곡들도 가요시장의 성패가 여전히 아주 슬프거나 아주 기쁜 느낌을 드러내는 ‘감정 과잉’에 달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요컨대 <나는 가수다>(문화방송)와 <불후의 명곡>(한국방송2)에서 다시 불린 예전 노래들이 곧바로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는 건, 방송의 영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중은 여전히 감정을 극대화하는 멜로디를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에프엑스와 원더걸스의 두 신곡이 얻고 있는 인기는 어떤 전환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상적인 건 두 노래 모두 멜로디의 큰 변화 없이 툭툭 끊어지는 비트를 강조하며 음악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특히 쪼개진 비트를 따라가는 보컬 덕분에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데도, 건조하고 담백한 보컬 톤이 ‘쿨’하게 소비되고 이해되는 걸 보면, 이 두 곡이 이제까지 시장을 지배한 댄스가요의 규칙을 거스른다는, 다시 말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몇 년간 댄스가요는 질과 양에서 큰 변화를 보여왔다. 특히 아이돌 팝의 급속한 변화는 2002년 무렵부터 그 징후를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웨덴 작곡가 ‘지기’가 작곡한 보아의 ‘넘버원’이 일본 오리콘 차트에 오른 이후 국내 가요 지형도가 바뀐 것도 사실이다. 그때가 국지적 변화였다면, 전면적 변화는 소녀시대의 ‘지’가 발표된 2009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등장한 걸그룹의 곡들은 국내 신인 작곡가나 외국 작곡가로부터 곡을 얻거나 국내 인디 힙합·일렉트로니카 음악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소녀시대·빅뱅·샤이니·원더걸스·에프엑스를 비롯해 최근 조권의 솔로 앨범까지 보편화된 이런 제작 방식은 결과적으로 이른바 ‘뽕끼’(트로트풍 멜로디의 느낌)가 휘발된 사운드의 유행을 낳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 댄스음악을 ‘가요’가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의 ‘팝’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에서 감지되는 건, 기존의 ‘가요 취향’을 거스르면서 게임의 판을 새롭게 짜려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의지와 함께, ‘한 세대의 음악 취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댄스가요의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 풍경이라면, 조만간 가요 전반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다층적으로 살펴봐야 할 때도 분명히 올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한겨레 인기기사>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임박…논란 예상
태권도가 훌륭해서 올림픽 정식종목 됐을까
뚜껑 열고 달려…‘뉴 골프 카브리올레’의 유혹
“포경수술은 인권침해” 판결…독일 내 무슬림 ‘발끈’
4700만년 전 사랑의 안타까운 결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