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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텅 빈 침대에 연인 잃은 슬픔이…

등록 2012-06-28 20:00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1957~96)의 작품 <무제>(1991)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1957~96)의 작품 <무제>(1991)
39살 요절 곤살레스토레스 회고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6층 건물 옥상 위의 옥외광고판에 대형 침대사진이 내걸렸다. 엉클어진 시트와 눌린 자국이 선명한 두 개의 베개는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39살에 숨진 쿠바 출신 미국 작가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1957~96)의 작품 <무제>(사진·1991)이다.

동성애자였던 곤살레스토레스는 1991년 연인 로스 레이콕을 에이즈로 잃고, 그 슬픔을 자신의 침대 사진에 담았다. 흐트러져 텅 빈 침대의 모습에서 연인을 잃은 슬픔과 공허감이 엿보인다. 그 역시 에이즈 합병증에 시달리다 5년 뒤 숨졌다.

그는 1980~90년대 미국 화단을 대표하는 개념미술가다. 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서울 태평로2가 삼성미술관 플라토와 리움, 삼성생명 서초타워 등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뉴욕현대미술관(모마)을 비롯한 세계 유명 미술관,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임대한 대표작 44점이 나왔다. 쿠바에서 태어나 1979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사진을 전공한 그는 1988년 뉴욕에서 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대중’과 ‘개인’ 사이의 접점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보수파가 집권하던 80~90년대 미국에서 쿠바 난민이자 유색인종,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로 비주류이면서도, 모더니즘 위주의 주류 미술계의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예술적 입지를 확보했다.

그는 짧은 생애 동안 가슴 아픈 ‘사랑’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진정한 공공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지극히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시적인 은유와 정치적인 발언을 넘나드는 작업을 추구했다.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6호선 한강진역 등 6곳에 설치된 침대사진 <무제>는 연인을 잃은 작가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자신의 사적인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플라토 및 리움미술관에 내걸린 설치작품 <무제-완벽한 연인들>(1987~1990)을 보자. 한쌍의 동일한 원형 시계로 이루어진 작품은 설치 직전 동시에 전지를 넣어 같은 시간을 맞췄다. 하지만 기계적인 차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시간이 어긋나고 마침내 한 시계는 먼저 멈춘다. 작가와 연인 로스 레이콕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동성 간의 사랑을 상징한다. 더 나아가 당시 동성애에 배타적이던 미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발언이기도 하다.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세월이 흐를수록 현대 미술에 영감을 주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사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 60회의 개인전과 700회가 넘는 그룹전이 그것을 증명한다. 2007년에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였으며, 2011년엔 그의 작품을 주제로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열리기도 했다. 9월28일까지. 1577-759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삼성미술관 플라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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