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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윳빛깔 ‘디토’, 거침없는 클래식 영토 확장

등록 2012-07-02 20:34수정 2012-07-03 11:04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디토 오디세이’ 연주회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리처드 용재 오닐(왼쪽)과 이 <리퀴드 인터페이스>의 작곡가 겸 연주자 메이슨 베이츠가 연주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디토 오디세이’ 연주회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리처드 용재 오닐(왼쪽)과 이 <리퀴드 인터페이스>의 작곡가 겸 연주자 메이슨 베이츠가 연주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리뷰] 연주회 ‘디토 오디세이’
관현악+전자음향·미디어아트 실험
지휘 조금 미숙했지만 감탄사 나와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앙상블 디토’(디토)가 일으키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2007년 준수한 용모의 젊은 남성 연주자들로 실내악단을 결성해 젊은 청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디토’는 자신의 이름을 딴 페스티벌을 만들고 팝스타 같은 퍼포먼스와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 화제를 모으더니, 이제 동시대 예술의 실험을 주도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디토 페스티벌의 하나로 열린 연주회 ‘디토 오디세이’는 이런 지향성을 매우 영리한 방법으로 드러낸 무대였다. 먼저 ‘디토 열풍’의 중심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지휘봉을 잡아 청중의 관심과 주목도를 높이고, 귀에 익숙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2악장으로 부드럽게 시동을 걸었다. 이후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관현악과 전자 음향이 융합된 현대음악, 관현악과 미디어 아트가 융합된 공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차례로 무대 위에 올렸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순서는 물의 다양한 형태를 음악으로 표현한 메이슨 베이츠의 현대음악 <리퀴드 인터페이스>였다. 디제이 겸 작곡가인 메이슨 베이츠는 타악기들 사이에 놓인 전자단말기 앞에 앉아 녹음된 음원과 전자 음향을 악기처럼 연주했다. 1악장에서는 빙하를 상징하는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실제 남극 빙하가 깨지는 소리, 거친 바람소리가 하나로 엉켰다. 연주회장 안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차오르는 듯했다. 수증기 같은 음향은 2악장에서 액체로 변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사이로 똑,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청중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은 상상력이 자극됐다. 3악장은 물의 또다른 모습, 가공할 에너지와 재앙의 느낌이 담겨 있었다. 재즈풍 리듬이 흐르는 가운데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오케스트라 음향으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을 표현했다. 4악장에 이르러서는 새들의 울음소리 사이로 현악기의 하모닉스(현악기의 특수 주법으로 내는 고음역대의 소리)가 다시 수증기처럼 흩어졌다.

이어서 연주된 구스타브 홀스트의 교향악 모음곡 <행성>은 청각예술인 음악에 시각예술인 영상을 더해, 대중적이지 않은 레퍼토리를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화성·금성·수성·목성 등 7개의 태양계 행성을 주제로 한 곡들이 차례로 연주되는 동안 여기에 맞춰 디자인된 그래픽이 무대 위에 투사되며 거대한 은하계 속에 들어온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첫 오케스트라 지휘는 아직 미숙함이 많았다. 때때로 완급 조절이 잘 안됐고, 특히 홀스트의 <행성>에서는 곡이 지닌 압도적인 에너지를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회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수백년 된 고전음악에 매여 있던 청중을 현대음악으로 이끌어 오고자 한 이날의 시도는 충분히 성공을 거둔 듯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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