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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다시 피어난 ‘들국화’…다시 부르는 ‘그것만이 내세상’

등록 2012-07-05 18:58수정 2012-07-06 15:27

25년 만에 재결성한 록 밴드 들국화의 최성원·주찬권·전인권(왼쪽부터)씨가 4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합주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전씨는 “30년 동안 약물의 늪에서 허우적댔는데, 이제는 아내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5년 만에 재결성한 록 밴드 들국화의 최성원·주찬권·전인권(왼쪽부터)씨가 4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합주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전씨는 “30년 동안 약물의 늪에서 허우적댔는데, 이제는 아내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순회공연 앞둔 ‘들국화’ 인터뷰
5번 수감 뒤 요양원서 1년반…
전인권 “치료 받으며 지옥 봤다”
주찬권·최성원과 7일부터 공연
“우리 무대 보고 음악은 이런 것
돈주고 판 사던 때 떠올리도록”
“데스페라도(무법자여), 정신 좀 차리는 게 어떤가? 그대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문을 열어보게나. 아마도 비가 내릴 걸세. 하지만 그대 머리 위로 무지개가 떠 있을 거라네. 누군가가 그대를 사랑하도록 해보게나. 너무 늦기 전에 말일세.”

마치 자신의 얘기 같아서였을까? 미국 록밴드 이글스의 곡 ‘데스페라도’의 마지막 대목을 부르는 전인권(58)씨의 목소리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이중적인 음색에선 오랜 방황을 거치는 동안 켜켜이 쌓인 연륜이 묻어났다. 25년 만에 재결성한 록밴드 들국화가 4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합주실에서 연습하는 자리였다.

1985년 데뷔한 들국화는 언더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삼아 활동하며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단 두 장의 음반을 남기고 87년 사실상 흩어진 들국화는 ‘전설’이 됐다. 1집은 2007년 음악 전문가들이 꼽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잠깐 쉬었다 합시다.” 전씨가 합주실을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그의 아내가 웃으며 반겼다. 둘은 얼굴을 맞대고 살갑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처럼 보였다. 2002년 20년 결혼생활을 접고 이혼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다시 합쳤다.

2008년 전씨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다섯번째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가수로 복귀하려 했으나, 피부질환과 극심한 통증이 따르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말았다. 치료를 위해 복용한 모르핀에 서서히 중독됐다. “처음에 두세 알 먹던 걸 나중엔 80알씩 먹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거의 죽음밖에 안 남은 상태나 마찬가지였죠.”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가던 2010년 초, 건장한 사내 넷이 갑자기 들이닥쳐 전씨를 번쩍 들었다. 병원차에 태우고 전남 담양의 어느 요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헤어져 있던 전씨의 아내가 요청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으며 절망의 끝보다 더한 지옥을 봤어요. 차라리 마이클 잭슨처럼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지독한 고통의 나날이었죠. 천벌과도 같았지만,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마약 같은 거 절대 하면 안 돼요. 이 말도 빼놓지 말고 다 써주세요.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해요.”

요양원에 들어간 지 1년6개월여 만인 지난해 8월, 퇴원하는 전씨를 기다린 이는 바로 아내였다. “내가 전인권을 좋아했잖아.” 아내가 던진 한마디에 전씨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내의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신앙’이 됐어요. 그 힘으로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거죠.” 전씨는 다시 합친 아내의 헌신적 도움으로 기적처럼 건강과 목소리를 되찾았다. 전씨는 들국화 전 드러머 주찬권(57)씨와 함께 올 2월 자신의 노래 ‘제주도 푸른 밤’ 노랫말처럼 제주도에 은둔해 있던 최성원(58)씨를 찾았다. 들국화에서 베이스와 보컬을 맡았던 그다. 전씨가 노래하는 걸 들은 최씨는 “1981년부터 들어본 목소리 중 제일 낫다”고 놀라며 들국화 재결성에 동의했다.

들국화는 지난달 22일 여수 오션 뮤직 페스티벌과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문화방송> 노조 주최 파업 콘서트에서 부활의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어 7일 대구(영남대 천마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3~14일 서울(악스코리아), 21일 부산(케이비에스홀)에서 단독공연을 이어간다. 27일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들국화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하루 4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전씨의 아내는 연습 때도 늘 함께한다.

“예전에도 이렇게 열심히 연습한 적이 없어요. 그땐 약에 취해 대충대충 무대에 올랐죠. 그런데 지금은 여기 이 친구들과 진실되게 음악 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우리가 마치 세쌍둥이가 된 기분이에요. 이제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전인권)

“미디어로부터 진짜 음악이 홀대받는 시대에 ‘전설’로만 전해듣던 들국화의 무대를 보고 ‘맞아. 음악이 이런 거였어. 공연이 이런 거였어. 그래서 내 돈 주고 판을 샀었지’ 하고 떠올리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최성원)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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