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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지 해리슨, 죽음 앞에서도 유쾌했던 그

등록 2012-07-10 19:49

서정민의 음악다방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물질 세계에서의 삶>을 시사회에서 먼저 봤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로 유명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의 삶을 지인 인터뷰와 자료 영상으로 재구성한 3시간30분짜리 대작으로, 오는 19일 개봉한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투 톱’이었다. 거칠고 반항적인 레넌과 자부심 강한 매카트니 사이에서 조용한 해리슨은 한발 뒤로 물러서 균형을 잡는 구실을 했다. 한편으로 레넌과 매카트니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경쟁자이자 동반자 관계였을 때, 그는 둘 사이에 끼지 못한 외톨이였다. 그가 밴드에서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 ‘섬싱’, ‘히어 컴스 더 선’ 같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건 나중의 일이다.

20대 초반에 이미 상당한 부와 명예를 얻은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은 물질적인 것을 가졌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여전히 뭔가 결핍돼 있다”며 결핍을 채워줄 그 뭔가를 갈구했다. 1960년대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그도 마약에 탐닉했다. 모델 출신의 아내 패티 보이드와 엘에스디(LSD)에 취해 밤거리를 방황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를 만난 뒤로 인도 음악과 철학에 빠져들었다. 아내 보이드는 “엘에스디로 사고를 확장하려 했다가 이후 약물이 필요없는 대안으로 명상을 택한 것”이라며 “명상으로 자신과 연결되는 영적 세계를 찾았지만, 비틀스와 애플(비틀스가 운영한 음반사) 제국이라는 세속적인 것에 묶여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절친 에릭 클랩턴이 ‘레일라’라는 노래까지 만들어가며 그의 아내 보이드를 유혹해 끝내 눈이 맞자, 이를 알게 된 해리슨은 클랩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데려가라. 이제 네 여자야.” 해리슨은 “패티가 다른 얼간이에게 가느니 차라리 에릭에게 가는 편이 낫다”며 평생 클랩턴과의 우정을 지켰다.

비틀스가 1970년 <렛 잇 비>를 마지막으로 해체한 뒤, 해리슨은 그동안 억눌려온 창작욕을 폭발시키며 솔로 앨범 <올 싱스 머스트 패스>를 무려 세 장의 엘피(LP)로 발표했다. ‘마이 스위트 로드’는 단숨에 차트 1위에 올랐고, 앨범은 700만장 넘게 팔려나갔다. 이듬해인 1971년 라비 샹카의 간청으로 자연재해와 내전으로 황폐해진 방글라데시를 돕기 위한 자선 공연을 펼쳤다. 최초의 자선 록 페스티벌로 기록된 이 무대에는 비틀스 동료 링고 스타는 물론이고 라비 샹카, 에릭 클랩턴, 밥 딜런, 빌리 프레스턴 등이 함께했다.

암에 걸려 위독한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링고 스타가 그를 보러 달려갔다. 스타가 “뇌종양에 걸려 치료중인 딸을 보러 미국 보스턴에 가야 한다”고 말하자 해리슨은 “같이 가줄까?” 하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스타는 이 얘기를 전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처럼 해리슨은 평온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 2001년 11월29일 세상을 떠나는 해리슨의 곁을 지키던 두번째 아내 올리비아 해리슨은 그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아마 그 순간을 필름에 담는다면 조명이 필요없었을 거예요. 그이는 그렇게 방을 환하게 밝히며 떠나갔어요.”

자신의 솔로 앨범 제목이기도 한 ‘물질 세계에서의 삶’(<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을 마치고 영적 세계에서의 삶을 새로 시작한 해리슨에게 영원한 평화와 안식이 함께하길 바라며 그가 남긴 ‘섬싱’을 들으련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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