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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폐쇄된 기타공장서 ‘예술과 희망’을 그리다

등록 2012-07-17 19:55수정 2012-07-17 22:31

콜트콜텍 농성장서 전시회 여는 성효숙씨
콜트콜텍 농성장서 전시회 여는 성효숙씨
콜트콜텍 농성장서 전시회 여는 성효숙씨
4월부터 작가 19명 ‘폐쇄공장 점거’
‘2000일째 투쟁’ 노동자들 치유 작업
철거용역 새벽기습에도 꿋꿋이 연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악기엔 노동자의 비명이 들어 있었다.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콜트악기 공장. 2007년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기타 제조 노동자 수십명은 오늘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투쟁의 현장이 지난 15일부터 ‘콜트콜텍전’이란 예술의 장으로 변신했다.

“예술가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므로 아름다움을 저버린 곳, 사회적 약자가 있는 곳에 함께할 수밖에 없지요.”

지난 4월부터 콜트공장을 ‘점거’해온 예술가들이 있다. 미술작가 성효숙(54·사진)씨와 뜻을 같이하는 전진경·정윤희·김수연·황승미씨 등 19명의 예술가와 빨간뻔데기, 약손을가진사람들 등 2개 작가그룹이 악기 생산을 멈춘 공장에서 예술과 희망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탄생한 스쾃(점거)은 한국에서는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의 점거운동으로 나타났다. 폐쇄된 공장 점거운동도 그 하나다.

성씨와 콜트악기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는 1988년 부평 전자업체에서 동료들과 함께 노조를 설립했다. 콜트악기 노조도 같은 해 같은 지역에서 결성됐다. 그는 “용산참사 현장이나 강정마을 등에서 미술활동을 했지만 5년 넘도록 힘겹게 싸우고 있는 콜트 노동자들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점거 예술가들이 처음 공장에서 한 작업은 ‘청소 퍼포먼스’였다. 기계들이 반출된 뒤 집진기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던 4층 공장은 곧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벽과 빈 공간에는 그림과 의자 설치물이 전시됐고, 기계 잔해들도 미술품으로 거듭났다. 그러자 농성장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성씨는 치유의 상징으로 강정 앞바다에서 보았던 돌고래를 벽에 그렸다. 전씨는 낙타를 그려넣었다. 정씨는 노조 결성과 재판 기록을 모아 자료전을 열었다. 작가들은 공장 내부의 먼지까지 작품으로 사용했다. 노조원들도 함께했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붉은 꽃’, ‘사랑’이란 시를 지었다. 작곡가 황승미씨가 이 시에 선율을 얹어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하지만 점거 예술활동은 살얼음판이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새벽 포클레인을 앞세운 ‘철거 용역’들이 기습적으로 공장에 들이닥쳤다. 그 순간에도 작가들은 보란듯이 작업을 진행했다. 양심적 사제들, 콜트콜텍 조합원들,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이 다 함께 모자에 그림을 그렸다. 성씨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긴 하지만, 다들 함께 꿋꿋이 잘 견디고 있다”고 했다.

전시 마지막날인 25일 저녁 7시엔 기타노동자와 음악인들이 함께 만드는 ‘공장락페스티벌’도 열린다. 23일은 콜트콜텍 투쟁 2000일째이기도 하다. 010-3630-514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금속노조 콜트악기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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