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헬터 스켈터’, ‘대량생산’, ‘가림막’
에르메스미술상 수상후보 전시회
구동희·이미경·잭슨홍의 작품
미술의 최신 흐름 만나볼 기회
구동희·이미경·잭슨홍의 작품
미술의 최신 흐름 만나볼 기회
천장에 묘한 것이 매달렸다. 나선형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모습인데,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만든 재료도 역시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모기향’이다. 부러지기 쉬운 초록색 모기향이 분홍색으로 바뀌어 엮이고 이어진 모습이 불안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그 옆에 또다른 ‘작품’이 있다. 다가가면 사방을 하얀 벽으로 가려놓아 안은 보이지 않는다. 앞에 놓인 발판을 딛고 올라서면 드디어 안이 보인다. 과연 안에는? 없다. 아무것도. 작품 제목은 그래서 ‘가림막’(사진 아래)이다.
9월25일까지 서울 강남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올해 에르메스미술상 수상후보자 전시회는 장난기가 넘치는 퀴즈 문제집 같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이 상의 올해 후보인 구동희, 이미경, 잭슨 홍 세 사람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이 중 한 명이 9월13일 최종 수상자로 뽑힌다. 작가 3명의 서로 다른 작품 세계와 매력을 비교해보면서 미술 흐름의 최전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공사장에서나 쓰는 가림막을 전시장으로 끌어온 작품은 이미경씨의 것이다. “전시장에 찾아오는 이들은 무언가를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면 거꾸로 아무것도 안 보여줄 수는 없을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작품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고 반대편에서 자신처럼 안을 기웃거리는 사람을 보거나, 작품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뒷모습을 보게 된다. 무엇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 어떤 것일지 상상하는 과정, 그리고 허무한 반전이 하나가 되는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작품이다.
구동희씨의 작품들은 묘한 것들이 섞여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 그가 소재로 삼은 것은 3가지. 유원지 나선형 미끄럼틀을 연상시키는 나선형 이미지, 작가 자신이 “요즘 한창 빠져 있는 색”인 은회색, 그리고 여름철의 불청객인 ‘모기’다. 모기향으로 만든 ‘헬터 스켈터’(왼쪽)는 동그랗게 타들어가면서 재가 되는 모기향의 상태 변화를 통해 시간축을 보여주는 동시에 계절적인 소재란 점에 주목했다. 또다른 작품 ‘CⅡ 966 856’은 어두운 미로를 따라가면서 모기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기묘하게 어우러지고, 작가가 외국에 살 때 우연히 찍은 앞 건물 주민의 모습을 희미하게 보여주는 영상이 등장한다.
잭슨 홍의 작품들은 보면 궁금증부터 생긴다. 분무기 여러 개가 샴쌍둥이처럼 한몸으로 붙어 있고, 유명 상표 진공청소기는 마네킹 다리를 빨아들이고 있다. 짐을 들어올리는 기계 위엔 개 인형 하나가 전시장을 쳐다보며, 그 옆 작품에선 계란판 속에서 계란이 흘러나와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용도가 정해져 있는 일상적인 인공물들이 예상 못한 상황으로 구성되고, 그러면서 크기가 확대되어 비일상적인 것으로 변환된다. 연작의 제목은 ‘대량생산’(오른쪽 위). 20세기를 상징하는 열쇳말인 대량생산을 비틀면서 20세기의 쇠락을 나타내보고 싶었다고 한다. 조금씩 변형되고 예상 못한 물건들과 연결된 인공물은 그래서 어딘가 슬퍼 보인다. (02)544-7722.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아뜰리에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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