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주연 박건형
‘헤드윅’ 주연 박건형
신예 뮤지컬 스타로 영화 러브콜
흥행 실패 뒤 배우 은퇴 고민도
“이젠 시청률 낮아도 즐길 수 있어” 배우 박건형(35·사진)의 입에서 “고립감”과 “두려움”이란 단어를 들은 건 의외였다. 지난해 ‘쾌남’ 조로 역으로 뮤지컬 <조로>에서 호쾌한 활극을 선보였고,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선 다정하고 속깊은 의사 조은성 역으로 ‘어른 남자’의 여유와 따뜻함을 보여줬던 그다. 서글서글한 눈매로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이지만, 4년 전엔 “다른 일은 생각도 해 본 적 없을 만큼 사랑하는 일(배우)을 그만두려고” 했단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인데, 사람들이 무서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드라마를 마치고 곧장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오르는 박건형을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헤드윅>은 2005년 국내 초연 뒤 매년 공연되는 인기 뮤지컬. 그는 몇 해 전에도 헤드윅 역을 제안받았지만 캐릭터를 이해할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다. 20대에 손사래쳤던 역이 30대 중반이 돼서 한번 더 찾아왔다. 이번엔 “지금이 아니면 이 역은 하기 힘들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그사이 “헤드윅이 겪는 깊은 절망감이 내 인생도 한번 관통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건형은 데뷔 3년차이던 2004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로 신예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유명해지면 뮤지컬이 더욱 사랑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뛰어들었지만 그 뒤 몇 년은 그에게 “여기저기서 때려 맞는 것 같았고, 고립된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새로 시작한 영화와, 원래 하던 뮤지컬 어느 쪽도 (흥행이) 잘 안됐어요. 영화 <뚝방전설>(2006)과 뮤지컬 <뷰티풀 게임>(2007)을 하고 나선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죠. 어딜 가나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기로에 서 있던 2008년.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 건 뮤지컬 <햄릿>이었다. “그만두더라도 햄릿은 해 보고 끝내자”란 생각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을 하니까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연습실 문고리, 손에 들린 대본, 탁자 위의 물병도 애틋했다. 공연 도중 종료 20분 전 칼싸움 장면에서 얼굴에 소품용 칼을 맞아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공연을 중단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도 “이 순간이 마지막”이란 생각에서 나왔다. “얼굴에서 피가 날 땐 ‘이 무대만 무사히 마쳤으면’ 하고 바랐어요. 공연을 끝내고 나선 ‘흉터만 아물었으면’ 싶었고요. 그다음 뮤지컬 <삼총사>, <웨딩싱어>, <모차르트>는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했어요.” 이제 박건형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관객수, 시청률 같은 숫자로 평가하는 주변의 시선에 위축됐던 자신감도 회복했다. “흥행에 너무 신경 쓸 땐 상처도 받았지만 이젠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즐기게 됐어요.” 그는 뮤지컬 <헤드윅>이 자신과 관객에게 한번 더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2005년 ‘초대 헤드윅’이었던 오만석이 그와 번갈아 출연한다. 8월11일~10월21일 서울 삼성동 케이티앤지 상상아트홀. 1544-1555.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나무액터스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불멸의 용역경비업체…허가 취소 ‘콧방귀’
■ 펜싱 동메달 최병철 “꼬마랑 해도 1초에 네번 못 찌른다”
■ 김영환 “대여섯시간 전기봉 고문당해”
■ 우간다 대통령 “악수 하지마” 왜?
■ [화보] ‘괴짜 검객’의 현란한 몸짓
흥행 실패 뒤 배우 은퇴 고민도
“이젠 시청률 낮아도 즐길 수 있어” 배우 박건형(35·사진)의 입에서 “고립감”과 “두려움”이란 단어를 들은 건 의외였다. 지난해 ‘쾌남’ 조로 역으로 뮤지컬 <조로>에서 호쾌한 활극을 선보였고,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선 다정하고 속깊은 의사 조은성 역으로 ‘어른 남자’의 여유와 따뜻함을 보여줬던 그다. 서글서글한 눈매로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이지만, 4년 전엔 “다른 일은 생각도 해 본 적 없을 만큼 사랑하는 일(배우)을 그만두려고” 했단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인데, 사람들이 무서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드라마를 마치고 곧장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오르는 박건형을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헤드윅>은 2005년 국내 초연 뒤 매년 공연되는 인기 뮤지컬. 그는 몇 해 전에도 헤드윅 역을 제안받았지만 캐릭터를 이해할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다. 20대에 손사래쳤던 역이 30대 중반이 돼서 한번 더 찾아왔다. 이번엔 “지금이 아니면 이 역은 하기 힘들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그사이 “헤드윅이 겪는 깊은 절망감이 내 인생도 한번 관통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건형은 데뷔 3년차이던 2004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로 신예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유명해지면 뮤지컬이 더욱 사랑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뛰어들었지만 그 뒤 몇 년은 그에게 “여기저기서 때려 맞는 것 같았고, 고립된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새로 시작한 영화와, 원래 하던 뮤지컬 어느 쪽도 (흥행이) 잘 안됐어요. 영화 <뚝방전설>(2006)과 뮤지컬 <뷰티풀 게임>(2007)을 하고 나선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죠. 어딜 가나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기로에 서 있던 2008년.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 건 뮤지컬 <햄릿>이었다. “그만두더라도 햄릿은 해 보고 끝내자”란 생각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을 하니까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연습실 문고리, 손에 들린 대본, 탁자 위의 물병도 애틋했다. 공연 도중 종료 20분 전 칼싸움 장면에서 얼굴에 소품용 칼을 맞아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공연을 중단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도 “이 순간이 마지막”이란 생각에서 나왔다. “얼굴에서 피가 날 땐 ‘이 무대만 무사히 마쳤으면’ 하고 바랐어요. 공연을 끝내고 나선 ‘흉터만 아물었으면’ 싶었고요. 그다음 뮤지컬 <삼총사>, <웨딩싱어>, <모차르트>는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했어요.” 이제 박건형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관객수, 시청률 같은 숫자로 평가하는 주변의 시선에 위축됐던 자신감도 회복했다. “흥행에 너무 신경 쓸 땐 상처도 받았지만 이젠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즐기게 됐어요.” 그는 뮤지컬 <헤드윅>이 자신과 관객에게 한번 더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2005년 ‘초대 헤드윅’이었던 오만석이 그와 번갈아 출연한다. 8월11일~10월21일 서울 삼성동 케이티앤지 상상아트홀. 1544-1555.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나무액터스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불멸의 용역경비업체…허가 취소 ‘콧방귀’
■ 펜싱 동메달 최병철 “꼬마랑 해도 1초에 네번 못 찌른다”
■ 김영환 “대여섯시간 전기봉 고문당해”
■ 우간다 대통령 “악수 하지마” 왜?
■ [화보] ‘괴짜 검객’의 현란한 몸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