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꽃병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1840년대 금꽃병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소장품전
영국 디자인 초석 닦은 오언 존스
이슬람 미술 아이콘 유럽에 소개
화려하고 고급스런 공예바람 불러
그가 탐구한 ‘문양의 역사’ 한눈에
영국 디자인 초석 닦은 오언 존스
이슬람 미술 아이콘 유럽에 소개
화려하고 고급스런 공예바람 불러
그가 탐구한 ‘문양의 역사’ 한눈에
영국의 자랑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소장품들이 한국에 왔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유럽 미술과 함께 특히 동양 미술 소장품이 많은 세계 최대의 공예 미술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14일부터 12월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영국 빅토리아 & 알버트 박물관 소장품전-오웬 존스와 알람브라’ 전시는 유럽이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낸 새로운 예술품들을 집중 소개하는 드문 기획전이다.
전시 제목에 나타나 있듯 이 전시는 영국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로 디자인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오언 존스(1809~1874)를 중심으로 삼아 꾸몄다. 존스는 전세계의 주요한 문양 디자인을 연구한 인물인데, 세계 주요 문화권의 문양을 정리해 이를 유럽 디자이너와 공예가들에게 알린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대표 저서 <세계 문양의 역사>에서 그는 영국 디자인의 ‘일반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 원칙은 영국 디자인의 교과서가 되었고 다른 나라들에도 전해져 후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미술공예 운동을 이끌었던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꼽히는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오언 존스에게 영향을 받은 대표적 거장들이다.
오언 존스가 <세계 문양의 역사>에서 세계 각국의 시각 이미지들을 정리하면서 특히 주요하게 다룬 문화권이 이슬람권, 곧 중동 지역이었다. 그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에 머물면서 이슬람 미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이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이슬람 디자인 아이콘을 유럽에 소개해 이슬람풍 공예 바람을 일으켰다.
전시는 이 오언 존스의 족적을 따라가는 연대기식으로 구성했다. 처음 그리스 문화를 연구하던 존스가 이슬람 미술을 만나는 시기, 알람브라를 연구한 시기, 그리고 영국에 돌아와 새로운 장식과 인테리어 흐름을 이끌면서 1851년 만국박람회 때 건물 인테리어를 맡았던 전성기, 이후 세계 문양의 역사를 정리한 시기, 이어 후대에 남긴 영향과 유산 등의 순서로 연결된다. 유럽 근현대 디자인과 공예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이슬람 문화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결과 새롭게 탄생한 예술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존스의 작품들과 당시 영국의 화려한 공예품들을 통해 보여준다. 알람브라의 꽃병에서 영감을 얻어 얼핏 보면 아랍권 물건처럼 화려하고 장식적인 고급 공예품들, 그리고 현란한 이슬람 문양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아 시대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디자인이란 개념의 탄생과 변천, 그 속에서 작용한 이슬람 문화의 힘, 서로 다른 문화권이 만나 교류하면서 정반합을 이루는 문화의 특성 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일반 8000원, 19살 미만 6000원, 매주 월요일은 휴관. 문의 (031)960-018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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