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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혹독한 여성현실 이겨낸 허난설헌에 바칩니다”

등록 2012-08-02 20:01수정 2012-08-02 20:11

창작곡 ‘초희와 상상의 춤’ 발표하는 재독작곡가 박영희씨.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창작곡 ‘초희와 상상의 춤’ 발표하는 재독작곡가 박영희씨.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창작곡 ‘초희와 상상의 춤’ 발표하는 재독작곡가 박영희씨
4일 대관령음악제서 세계 초연
유럽무대 40년째 ‘제2의 윤이상’
“현대음악 그냥 들으면 들려요”

조선시대의 천재 시인이자 화가 난설헌 허초희(1563~89)의 시 정신이 고향 강원도에서 현대음악으로 새롭게 피어난다. 유럽 현대음악계에서 ‘제2의 윤이상’으로 평가받는 재독 작곡가 박 파안 영희(67·사진·본명 박영희)씨가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4일 허난설헌을 주제로 작곡한 <초희와 상상의 춤>을 세계 초연으로 발표한다.

“제가 1970년 초 <조선의 시조>에 수록된 시 2편을 읽고 40년 넘게 허난설헌의 시 정신을 담고 살았어요. 그 당시 여성에게 혹독했던 현실 속에서도 예술의 극치에 다다른 그의 천재성을 존경하고 사랑해왔습니다. 난설헌에게 바치는 첫 곡을 그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발표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2일 보내온 전자우편에서 “난설헌의 불행했던 삶보다는 재능과 매력이 넘쳤던 한 인간을 그대로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설헌의 시 ‘유선사’(遊仙詞)에서 초희가 상상 속에서 신선, 선녀들과 신비롭게 춤을 추는 움직임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74년부터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에서 클라우스 후버, 브라이언 퍼니호, 페터 푀르티히 등 현대음악계의 거장들을 사사했다. 78년 창작곡 <만남>으로 스위스 보스빌의 ‘제5회 세계작곡제’에서 1등을 한 데 이어 이듬해 파리 유네스코 작곡콩쿠르 1등, 8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작곡콩쿠르’ 1등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뒤 한국인의 정신이 깃든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영향력 있는 현대작곡가로 떠올랐다.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작곡과 주임교수와 부총장, 현대음악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뒤로 창작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면서 세계 각지 주요 현대음악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4일 연주회에서 그의 <초희와 상상의 춤>은 첼로(에드워드 에런)와 오보에(임수미), 클라리넷(채재일), 바순(곽정선)의 4중주곡으로 연주된다. 그는 “베를린 방송국과도 인터뷰했고, 우리말로 난설헌의 시를 녹음했다”며 유럽 발표 계획도 귀띔했다.

노작곡가에게 일반인들이 현대음악을 가깝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비결이나 조언을 주문했다. “일반인들에게 그냥이라는 말이 너무나 힘든 말이지만 ‘그냥’ 들을 수 있게 마음을 비우고,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음악들을 다 비우고 ‘그냥’ 들으시면 무언가 들릴 거예요.”

작곡가를 꿈꾸는 한국의 음악도들에게 그는 “작곡은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므로 우리의 문화 자체를 새로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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