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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첫사랑의 떨림, 영화보다 더 또렷이

등록 2012-08-02 20:28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원작의 감성 충실히 풀어내
여주인공 청아한 음색 매력

사랑은 가끔 우산이나 운동화끈 때문에 오기도 한다. 당돌한 그 여자가 비 오는 날 내 우산 속으로 불쑥 뛰어든 찰나 시작되기도 하고, 어리숙한 그 남자가 대뜸 무릎을 꿇고 내 운동화끈을 묶어주는 순간 확실해지기도 한다. 새끼 손가락에 둘만의 암호로 장난스레 걸어놓은 주문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아픔으로 남은 인연을 다시 알아보게 만드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모든 장면이 ‘라이브’이고 ‘풀샷’인 뮤지컬 무대에서 떨림은 때로 영화보다 더 또렷하게 전달된다.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원작 영화의 감성을 뮤지컬 무대의 특성에 맞춰 성공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와 내용은 같다. 1983년 대학 2학년인 인우는 동갑내기 여학생 태희를 운명이라고 믿고 사랑하지만, 태희는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2000년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된 인우는 제자인 현빈이 태희의 환생인 것 같은 느낌을 받고 혼란에 빠진다. 뮤지컬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다. 비 오는 날 인우와 태희의 첫 만남이라든지, 공중전화 박스 옆에서 벌이는 다툼 같은 주요 장면과 대사를 그대로 살렸다. 그러면서도 과거로의 시간이동(플래시백)이 자유로운 영화에 비해 시공간 표현이 제한적인 뮤지컬 무대에 인우를 매개로 전개되는 17년의 세월을 효과적으로 녹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인우와 태희의 과거가 먼저 그려지고 인우와 현빈의 지금이 나중에 표현되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1983년 인우와 태희의 연애와 2000년 인우와 현빈의 만남을 수시로 교차시킨다. 때로 서로 다른 두 시간은 한 장면에 나란히 공존하기도 한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시간 표현이 매끄러워서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음악은 높은 고음이나 웅장한 합창보다는, 배우들의 목소리 자체에 집중돼 있다. 태희 역을 맡은 전미도의 청아한 음색이 특히 아름답고, 합창팀이 만들어내는 화음도 귀에 익숙하게 감긴다. 영화의 원곡 사용료가 너무 비싸 새로 만들었다는 왈츠 곡도 원작 못지않게 우아하다. 카메라를 사용한 영화의 슬로모션 대신, 배우들이 천천히 움직여 만들어내는 느린 화면도 인상적이다. 강필석·김우형(인우 역), 전미도·최유하(태희 역), 이재균(현빈 역) 등 출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02)744-403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뮤지컬해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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