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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북녘어린이에 손내민 평화의 선율

등록 2012-08-05 20:24수정 2012-08-05 20:25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은 이들…서로 포옹하라”
정명훈·아시아필 북돕기 음악회
시민합창단·성악가 참여속 열기
북한연주자들 참여는 끝내 무산
“차단된 남북교류 새로 이었으면”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이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4일 밤 서울 신촌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의 피날레 ‘환희의 송가’가 열대야의 하늘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악성 베토벤이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빌려와 ‘세계가 한 형제가 되자’는 메시지를 담은 ‘합창 피날레’의 가사는 마치 남북화해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800여명의 대규모 합창단과 남녀 성악가 4명이 한 목소리로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라고 노래하면서 연주를 끝내자 4천여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노천극장을 감동의 열기로 채운 연주회는 지휘자 정명훈(59)씨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함께 연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였다. 아시아 필은 아시아 음악인들의 화합과 우정을 위해 지난 1997년 한국·일본·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교향악단. 올해는 북한 음악가들의 참여가 예정되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무산됐다.

이날 지휘대에 오른 정명훈씨는 “북한의 우리 형제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음악으로 들려주게 돼 정말 기쁘다”며 “제가 여태까지 한 연주 중에서 가장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북한 음악인들의 참여가 성사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음악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 돕는 일에 여러분이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연주회에는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출신 연주자 30여명, 국내 정상급 연주자 75명이 참여했다. 특히 4악장 ‘환희의 송가’ 부분에서는 시민합창단과 교회성가단으로 꾸려진 초대형 합창단이 함께해 ‘자유와 화합, 인류애’를 상징하는 교향곡 피날레를 웅장하게 장식했다. 1시간15분이 걸리는 대곡의 연주가 끝나고도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자 정명훈씨가 다시 나와 <아리랑>을 앙코르곡으로 선사해 더욱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시민합창단 일원으로 참여한 홍성일(55)씨는 “남북이 교류가 차단되어 있는 마당에 정말 뜻깊은 공연에 참가해서 감격스럽다”며 “관객들이 무척 감동하는 모습을 보니 곧 교류가 새롭게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기뻐했다. 연주회를 지켜본 아르민 아우셈 독일 자브리켄국립음대 교수는 “연습시간이 짧았는데도 이렇게 훌륭하게 연주를 한 것이 놀랍다”며 “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결국 바위를 깨듯이 남북관계의 변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같이 왔다는 관객 박소연(40)씨는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음악회라서 더욱 보람 있게 보았다”고 말했다. 아시아필의 연주회는 오는 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열린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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