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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도 한때 순수한 마음이 있었죠”

등록 2012-08-08 19:11

재일동포 2세 극작가 쓰카 작품
2주기 맞아 27년만에 다시 무대
“까부는 만화 같지만 진실성 굳건”
‘뜨거운 바다’ 연출 고선웅씨

이 연극 정말 황당하다. 진지한 듯하다가 느닷없이 코미디로 흐른다. 황당무계한 대사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다가 뜬금없이 버라이어티쇼가 등장한다. 연극과 명랑 만화를 짜깁기했다고나 할까? 어이없어 피식피식 웃다가 문득 아픈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4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재일동포 2세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1948~2010)의 연극 <뜨거운 바다>이다.

“그게 쓰카 선생님의 연극 스타일입니다. 평범한 수사법으로는 우리들의 가슴을 울려줄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출하기 위험한 작품이죠. 쓰카 선생님이 설정해놓은 연극의 리듬을 놓치거나 드라마적인 긴장감의 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아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장치들만 견디면, 후반부에 갔을 때 스며 나오는 진정성이 몇 배의 감동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뜨거운 바다>의 연출가 고선웅(44·사진·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씨는 쓰카 고헤이의 “기발한 작가적 상상력과 파격적인 극 형식은 언제 봐도 놀랍다”며 “열정적이고 까부는 만화 같은 연극이지만 이야기의 진실성은 굳건하다”고 말했다.

<뜨거운 바다>는 연극 형식의 파격을 통해 일본 현대연극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듣는 쓰카 고헤이가 1973년 25살에 <아타미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해 일본의 권위 있는 희곡 상인 기시다 희곡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타미’라 불리는 해변에서 한 성매매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취조하기 위해 세 명의 형사와 한 명의 용의자가 모인 도쿄 경시청 수사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2시간 동안, 초반엔 황당한 웃음 코드로 진행되다가 네 사람의 가슴 아픈 사연과 상처가 조금씩 드러난다.

국내에선 1985년 전무송·최주봉·강태기·김지숙씨 등 당대 최고 연극배우들이 같은 제목으로 초연해 화제를 뿌렸다. 그 뒤 <아타미 살인사건>이란 이름으로도 몇 차례 공연됐으나, 쓰카 타계 2주기를 맞아 초연 당시의 제목을 살려 공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연극 <칼로막베스> <강철왕> <락희맨 쇼> 등으로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리듬감과 재기 발랄한 유머로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고선웅씨가 연출을 맡아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은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대잖아요. 우리들의 꿈도, 고향에 대한 향수도, 사람의 인간관계도, 사랑에 대한 것도 사실은 다 엉망이잖아요. 얕고 넓게 사람을 만나지 깊게 사귀지 않죠. <뜨거운 바다>는 ‘맞아, 우리에게 이런 순수한 마음들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네 명의 주인공을 맡았다. 501 대 4의 오디션 관문을 통과해 배역을 꿰찬 이명행(부장형사 기무라 덴베 역), 김동원(형사 구마다 도메기치 역), 마광현(살인용의자 오야마 긴타로 역), 이경미(여형사 미즈노 도모코 역)씨의 연기는 풋풋하면서 열정이 넘친다. 공연은 19일까지. (02)3668-0007.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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