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 작가와 신작 <레인보우 인 헬> 시리즈의 작품. 작가는 농촌의 밤하늘에 느닷없이 터지는 폭죽의 모습을 통해 겉보기로는 화려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왜곡되고 고통받는 농촌의 현실을 표현했다고 한다.
‘붉은 산수’ 화가 이세현 국내 첫 개인전
시골서 주운 철사·시멘트로
땜질하듯 분재조각 만들고
농촌의 가을밤에 폭죽 그림
아름다움이 감춘 황폐함 표현
시골서 주운 철사·시멘트로
땜질하듯 분재조각 만들고
농촌의 가을밤에 폭죽 그림
아름다움이 감춘 황폐함 표현
*오방색 : <황·청·백·적·흑색>
강렬한 붉은색으로 분단된 산하, 핵, 재개발 등을 퍼즐처럼 그려온 ‘붉은 산수’의 화가 이세현(45)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 2009년 11월 영국에서 귀국한 뒤 여러 작가들과 함께하는 그룹전이나 미국(뉴욕), 영국, 홍콩 등 국외 개인전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국내에서 그의 작품만으로 벌이는 전시는 처음이다. 오는 29일부터 10월14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학고재 본관과 신관 4개 층을 다 채우는 대규모 전시다.
“‘붉은 산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비트윈 레드> 그림 시리즈 20점과 대형 신작 <레인보우 인 헬> 그림 시리즈 5점(200호~500호), 조각 5~6점, 판화 3점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붉은 산수’ 이후에 고민해왔던 신작들과 올해 찍은 판화들을 처음 선보이게 되어서 설레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파주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세현씨는 “신작 그림들과 조각들은 현재 한국의 왜곡된 농촌 풍경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에 있을 때부터 분단과 개발, 노스탤지어가 섞여 있는 한국의 자연을 담는 작업을 해왔는데, 한국에 와서는 그 아픔이 커지고 체화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농촌은 공장이나 창고, 모텔, 음식점 등 도시인들을 살리기 위한 온갖 부대시설로 말미암아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작 그림 <레인보우 인 헬> 시리즈는 ‘분재’라는 거대하고 왜곡된 형상 안에 아름답지만 개발로 상처입은 한국의 산수를 화려한 오방색으로 그렸다. ‘분재 산수화’를 친 셈이다. 스산한 시골 가을밤에 뜬금없이 폭죽이 터지는 그림을 보자. 폭죽은 천년만년 지켜왔던 시골의 고요를 한순간에 망친다. 폭죽은 한바탕 축제처럼 사람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답지만 허망하다. 그리고 폭죽은 전쟁의 불꽃이기도 하다.
“이번 작업은 동양인이 가진 왜곡되고 모순된 자연관이나 근대화 과정에서 새마을운동과 같이 군사독재 개발에 의해 급조되고 획일화된 집들과 구조물들이 20~30년 지난 후에 흉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한 귀국 보고서라고 할까요. 실제로 그것을 체감하고 역사성을 반추해서 만들어진 작업, 레드 시리즈를 구체화해서 보여주는 보고서 같은 작업입니다.”
그는 “분재가 동양이 가진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아름다움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자연에 대한 왜곡과 잔인함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의 근대사도 그렇게 왜곡되고 억압되고 굴절된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의 자연과 근대화 과정을 보여주는 분재 조각도 시멘트 기둥이나 지붕, 녹슨 철사 등 시골에서 내버려진 재료를 사용했다. 기법 면에서는 정교한 조각 방식이 아닌 시골 노인들이 사용함직한 투박한 땜 방식 작업을 차용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잘살아보세’라는 기치 아래 유대감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그것은 무지개와 같은 것이었죠. 개발과 노동의 열매는 재벌들이 다 가져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아버지 세대는 새마을운동이나 개발독재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어요.”
그는 “아직도 우리는 형형색색의 폭죽과 분재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며 “그 아름다움 안에 숨겨진 잔혹함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꼽았다.
전시회에서는 미국 뉴욕의 세계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산하 판화전문 갤러리 페이스프린트에서 <비트윈 레드> 연작을 80호 크기로 제작한 대작 판화 3점도 내걸린다. 50년 역사의 페이스갤러리는 그동안 앤디 워홀, 척 클로스, 나라 요시토모 등 현대미술 대가 100여명의 작품을 엄선해서 판화로 제작·판매해왔다. 한국인으로는 이우환 작가 이후 두번째이다.
파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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