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올림픽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 ‘썸머스탠드-훨씬 더 흠뻑쑈’.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뷰 l 싸이 ‘훨씬 더 흠뻑쑈’
“오빤 강남 스타일~”
3만여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파란빛 발광봉을 들고 말처럼 펄쩍펄쩍 뛰는 관객들이 푸른 물결처럼 넘실댔다. 열기를 식히려는 듯 공연장 곳곳에 설치된 살수기가 물을 쏘아댔다. 주최쪽이 미리 나눠준 파란색 비옷을 입은 관객들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흩뿌리는 물방울을 온몸으로 맞았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 ‘썸머스탠드-훨씬 더 흠뻑쑈’는 그렇게 절정으로 치달았다.
요즘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노래 ‘강남 스타일’이 단연 이날 무대의 중심이었다. 이 노래의 돌풍 탓에 객석 3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국내 50여 취재진뿐 아니라 미국 <시엔엔> <에이비시>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 <오티브이>, 영국 <로이터> 등 외국 취재진도 몰렸다.
시작부터 ‘강남 스타일’이 문을 열었다. ‘강남 스타일’ 열풍을 보도한 <시엔엔> 영상과 외국인들이 이 노래의 ‘말춤’을 따라하는 패러디 영상들이 잇따라 대형화면에 비쳤다. 곧이어 싸이가 등장해 ‘라이트 나우’를 부르는 순간 불꽃과 물대포가 동시에 터졌다. 노래를 마친 싸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외국 취재진도 왔다). 그들이 보기에 저는 웃기더라도 제 관객들은 멋있다는 걸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싸이가 2001년 자신을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든 데뷔곡 ‘새’를 부르자 모든 관객이 “나 완전히 새 됐어” 구절을 따라불렀다.
싸이가 ‘끝’을 부르는 도중 갑자기 무대 위 구조물에서 불길이 일었다. 공연중 쏘아올린 폭죽 불꽃이 구조물에 매단 하얀 천에 옮겨붙은 것이다. 싸이는 노래를 중단하고 “얼마나 불같이 놀면 불이 다 납니까”라는 농담을 던지며 동요하던 관객들을 진정시켰다. 구조물을 내려 불을 끄는 동안 싸이는 자신이 만들어 이승기에게 준 노래 ‘내 여자라니까’를 무반주로 부르며 장내를 정리했다.
“12년 가수사에 굴곡이 참 많았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따라왔죠. 이번에 너무 큰 좋은 일이 생겨서 여기에 따라올 안 좋은 일은 좀 작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화재가 일어났던 구조물을 가리키며) 저걸로 끝났네요. 하하~”
싸이가 ‘낙원’을 부를 때 관객 모두 싸이 6집 앨범을 치켜들고 노래를 따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싸이는 자비로 모든 관객에게 음반을 선물했다. 그는 노랫말을 바꿔 이렇게 불렀다. “난 너와 같이 노래하고, 난 너와 같이 소리지르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에서, 여기가 한국인 거야~” 싸이는 여장 차림으로 걸그룹 시스타와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1990년대 댄스 음악을 메들리로 부르며 ‘추억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팝 명곡 ‘마이 웨이’를 부르던 싸이는 말했다. “언제 12년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고였던 적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분 덕에 최고가 된 것 같습니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싸이는 ‘챔피언’으로 앙코르 마지막 곡을 하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관객을 위해 다시 나와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어느덧 공연은 3시간30분을 훌쩍 넘겼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일부 관객이 남아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강남 스타일’을 합창하며 ‘말춤’을 췄다. 무대 위에서 바라보던 싸이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서울 잠실 올림픽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 ‘썸머스탠드-훨씬 더 흠뻑쑈’.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잠실 올림픽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 ‘썸머스탠드-훨씬 더 흠뻑쑈’.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잠실 올림픽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 ‘썸머스탠드-훨씬 더 흠뻑쑈’.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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