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57)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작품 해체한 200점 광주시내 곳곳 전시해놓은 안규철 교수
“그림이 전시장에서 다 보여야 되는 것은 아니고요. 뭔가 시민들의 반응이 있으면 되지요…. 돌아오지 않는 작품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광주 어딘가엔 있는 것이니까요.”
오는 9월7일~11월11일 열리는 ‘제9회 광주비엔날레’의 참여작가 안규철(57·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3일, 광주 시내 이곳저곳에 3호(27.3×19㎝) 크기 그림 200점을 마치 분실한 것처럼 전시해놓은 연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캔버스 200개를 이어붙여 파도치는 회색빛 바다를 그린 뒤 떼어낸 그림 조각 200점은 하나 하나 마치 추상화 같다. 그는 지난 20일부터 지역 신문에 ‘작품을 찾고 있다’는 광고를 내고 전봇대 등에 작품 분실을 알리는 전단지도 붙였다. 그림을 다시 거둬 짜맞춘 뒤 빈 공간엔 예술적 상상력을 보태 작품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 2012’를 완성할 참이다.
안 교수는 “산다는 것은 이처럼 잃어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른다”며, 설령 그림이 모두 다 돌아오지 않아도 제작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회수되지 못한 그림들은 1980년 5·18 민중항쟁 때 실종된 행방불명자 등 광주의 아픔을 은유한다고 했다. “광주에서 수천명의 실종자가 있었지만, 이들이 안 보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안 교수는 세라믹(도자기)으로 만든 별 모양 조각상을 깨뜨려 나오는 수백개 조각들을 아파트 우편함들에 넣어둔 뒤, 되돌아오는 파편들을 다시 붙여 전시할 계획이다.
또 악기 멜로디언을 해체해 광주 어딘가에 숨겨두듯 흩어놓아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표현하겠다고 했다. 안 교수는 “멜로디언을 익혀 영화 <아멜리아>에 나온 차분한 선율의 곡을 연주한 뒤, 멜로디언 악기를 해체해 그 조각들을 광주 어딘가에 놓아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세 가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영상에 담아 시민들에게 다큐멘터리로 보여줄 계획이다. 이런 시도는 작품을 본 사람들이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념미술’로 불린다고 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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