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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넘치는 에피소드·복선…‘열린 결말’이 허전해

등록 2012-09-03 20:31

연극 <꿈>
연극 <꿈>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꿈’
관음·정취·조신 이야기서 모티브
춘원 이광수의 변절과 고뇌 그려
현실·비현실, 고대·근대 넘나들어
“20세기는 <삼국유사>가 <구약성서>에 졌다. 지금부터는 주몽이 모세를 능가한다. 그런 판타지가 나와야 한다.”(백남준)

21세기 예술의 유목민으로 불리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우리 민족의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를 <삼국유사>로 보았다. 그는 <삼국유사>에는 서양의 <구약성서>에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 판타지가 담겨 있다고 믿었다.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유사(遺事) 140여편을 모아서 쓴 역사서다.

국립극단이 <삼국유사> 속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섯 편의 연극을 소개하는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삼국유사>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의 원형을 끄집어내어 한국 연극의 지평을 넓히려는 목적이다. 그 첫번째 연극 <꿈>(사진)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올랐다.

<꿈>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소설 <꿈>을 쓰는 춘원 이광수의 모습을 통해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변절과 고뇌를 담았다. 연극에서 이광수는 ‘조신의 꿈’을 소재로 한 소설 <꿈>을 집필하면서 낙산사에서 수도하던 중 세속 욕망을 끊지 못하고 파계한 조신의 삶에서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연극은 <삼국유사> 속 ‘원효와 요석 공주’, ‘의상과 선묘’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현실과 비현실, 고대와 근대의 시공간이 교차하는 ‘꿈’의 세계에서 이광수와 조신, 원효, 의상은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방황하고 성찰하기도 한다. 이 연극은 시대를 막론하고 파계와 변절 등을 거듭하는 나약한 지식인의 허상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작품은 그동안 연극 <돐-날>, <냄비> 등의 협업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극작가 김명화, 연출가 최용훈 콤비가 모처럼 만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감이 부담이 됐을까? 2시간10분가량 여러 개의 에피소드와 복선을 깔아놓고서는 미처 주워담지 못한 채 열린 결말로 끝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극의 주된 동기라고 할 수 있는 춘원의 친일행위는 판단유보로 남겨버렸다. 그러나 이광수 역의 강신일, 최남선 역의 남명렬, 조신 역의 장재호, 허영숙 역의 김수진씨 등 좋은 배우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은 16일까지.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수로 부인의 이야기를 뒤집은 <꽃이다>(9월22일~10월7일), 처용 이야기를 담은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10월13~28일), 경순왕·마의태자의 사연이 깃든 <멸>(11월3~18일) 등으로 이어진다. 1688-59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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