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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창극 고정관념은 버려라 오페라 옷 입은 ‘수궁가’

등록 2012-09-06 20:06

거대한 화폭 연상시키는 무대
전통춤과 현대무용 섞은 안무
기존 판소리 창극 형식과 달라
원작에 없는 내용설정 아쉬워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2012~2013 국립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으로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사진)를 지난 5일 저녁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렸다. 국립극장의 산하 단체인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지난해 독일의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78)에게 연출을 맡겨 국내외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이다.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는 판소리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겨냥해서 창극 대신 ‘판소리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천지창조’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얼개뿐만 아니라 거대한 화폭을 연상시키는 무대, 한복을 응용한 독특한 의상, 동물 캐릭터를 표현한 가면, 전통춤과 현대무용을 섞은 듯한 안무 등이 기존의 창극 양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막이 오르고 이야기 전반을 끄는 도창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눈길을 잡아끌었다. 짙푸른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명창 안숙선(63)씨가 3m 높이의 거대한 치마사다리 위에서 세상과 바다, 땅, 그리고 만생명의 탄생 내력을 노래로 설명했다.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탄호이저> 같은 거대한 음악극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연출가 프라이어는 유럽 주요 오페라 페스티벌과 극장에서 150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한 오페라 전문 연출가이다. 그는 최근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로스앤젤레스오페라극장)와 쇤베르크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취리히오페라하우스)을 연출했다.

<수궁가>는 익히 알려진 대로, 바다나라 용왕이 위독한 병이 들자 신하 별주부 자라가 육지로 나가 토끼를 데려오지만 토끼가 간을 놓고 왔다고 둘러대는 기지를 발휘해 탈출한다는 이야기이다. 극은 도창(안숙선·김지숙)이 해설자 역할로 극을 이끌면 별주부(남상일·김형철), 토끼(서정금·김금미), 용왕(김학용·왕기철), 호랑이(윤석만·허종열) 등이 북(장종민) 장단과 가야금(한선하) 반주에 맞춰 사설을 풀어낸다. 또 육지 동물과 바다 생물들이 앙상블로 참여해 국악연주에 맞춰 코러스를 하고 익살스런 군무도 선보인다. 해설자나 코러스의 역할은 마치 고대 그리스극이나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서사극을 연상시킨다. 그것 또한 브레히트에게 배웠던 프라이어의 연출 기법이다.

극은 프라이어의 의도대로 ‘무대와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그림’으로 꾸며졌다. 창극 형식에 서양 음악극 장르와 현대 서사극 양식, 추상화를 보는 듯한 미니멀한 무대 등 세련된 서구 미학을 입었다. 또한 무대 위에 페트병을 흩뿌려 환경오염을 알리고, 육지 동물의 약육강식을 통해 폭력을 고발하는 등 현대문명의 폐해를 부각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판소리 <수궁가>에 없던 ‘천지창조’ 대목이 등장하고, 용왕이 바다의 쓰레기 공해로 병이 났다는 설정 등은 ‘판소리의 원형’ 훼손이라는 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또한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다보니 간혹 소리가 고르지 않고, 일반 관객들이 영문자막을 참고해야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옛 한문투 사설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8일까지. (02)2280-4115~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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