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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섯색깔 잔칫상, 확 끄는 게 없네

등록 2012-09-11 19:42

독일 작가 볼프강 라이프의 <망망대해>. 무각사 실내에 쌀과 헤이즐넛 꽃가루를 한 줌씩 쌓았다. 쌀과 꽃가루는 생명의 상징이자 개인의 기원, 소우주를 상징하며 이들이 모여 광대한 전 우주를 나타낸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독일 작가 볼프강 라이프의 <망망대해>. 무각사 실내에 쌀과 헤이즐넛 꽃가루를 한 줌씩 쌓았다. 쌀과 꽃가루는 생명의 상징이자 개인의 기원, 소우주를 상징하며 이들이 모여 광대한 전 우주를 나타낸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개막
아시아 여성감독 6명이 기획
‘틈새 호텔’ 등 이동전시 눈길

기억에 남는 매력적 작품 적고
주제 너무 많아 따로 노는 듯
국내 최대의 국제 미술 잔치인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됐다. 11월11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는 ‘라운드테이블’. 동그란 탁자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다양한 미술 주제들이 하나로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비엔날레 최고의 특징이 이례적으로 많은 6명의 예술감독이 함께 전시를 기획한다는 점. 한국의 김선정씨를 비롯해 일본의 가타오카 마미, 중국의 캐럴 잉화 루, 인도의 낸시 아다자니아, 이라크 출신인 와산 쿠다이리, 인도네시아의 알리아 스와스티카 등 6명은 모두 아시아 전시기획자들이자 여성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예술감독들은 전체 주제 아래 각자의 소주제를 정해 전시장을 6개 부분으로 쪼갰다. 이들이 고른 주제는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 ‘역사의 재고찰’, ‘일시적 만남들’,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 이 주제 아래 김수자, 안규철, 서도호, 문경원+전준호, 이정록, 마이클 주 등의 한국 또는 한국계 작가들과 아이웨이웨이, 앨런 캐프로, 제니 홀처, 페드로 레예스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눈길을 끌 법한 이벤트들도 많다. 서도호 작가는 자동차를 개조해 광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틈새 호텔’이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시공간의 틈새에 머무는 이동식 1인용 미니 호텔인데, 일반인 상대 숙박 체험 신청에 하루 수십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광주 시내 사찰 무각사도 전시장이 되어 쌀과 소금으로 만든 작품들이 설치됐고, 지난번 비엔날레처럼 대인시장 등 광주 시내 생활 현장들도 비엔날레 기간 동안 도심 속 이색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유명 작가들이 많고 신작들이 많은 점은 모처럼 대형 미술전을 즐기는 관객들에겐 분명 매력적이지만, 너무나 당연한 비엔날레의 기본 요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다양함 속의 새로움이 적다는 평들이 지배적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프랑스 흑백 영화에 이탈리아어 자막을 붙인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색깔은 분명하지 않고, 맥락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전시 주제가 너무 많고 각 주제가 따로 노는 것 같다, 기존 전시에서 자주 불렀던 자기 사단 작가들을 다시 그대로 데려온 듯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장 아쉬운 점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적은 것이다. 비엔날레는 초대형 전시이다 보니 전시 주제에 방점을 찍어주는 ‘확실한 작품’이 적어도 3개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전시장 초입부터 흥미를 잡아끄는 매력적인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고, 평소 다른 전시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작품도 적었다. 또한 출품작 중 영상 작품들의 비중이 높고 일부 작품의 경우 상영 시간을 밝혀놓지 않은 점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객들에겐 전시 관람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보였다.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예술감독이 6명인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고, 각자의 주제가 꼭 유기적일 필요도 없지만 각 주제와 해당 작품들과의 연관성을 느끼기 어려워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이는 6개의 주제가 너무 평이하고 그동안 자주 써먹었던 진부한 주제인 탓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입장료 어른 1만4000원, 청소년 6000원. 문의 (062)608-4224.

광주/글·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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