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델리>(1985)
주목! 이 작품 l 매커리 ‘인디아, 델리’
이곳은 인도 델리의 오래된 기차역이다. 기차는 놀라운 발명품이다. 공간 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전까지 가장 빠른 운송수단이던 마차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하루 걸려 가던 곳을 1시간 만에 닿게 해준다는 것은 혁명이었으며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승객들이 서성거리고 있으며 한 남자는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은 먼 곳의 소식을 코앞에서 전해주는 매체다. 지구 반대편 이야기도 들려준다. 기다랗게 늘어진 빛이 그만큼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사진 속에서 시공간은 정지한다.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는 세계 곳곳에서 붙들어낸 빛과 어둠의 순간을 전세계의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작품 <인디아, 델리>(1985·사진)는 전시장에서 번쩍거리고 있는 100장 중의 하나일 뿐이다. 10월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서 열리는 스티브 매커리 사진전 ‘빛과 어둠 사이’는 빛과 색채의 마술사 매커리를 재발견하는 전시다.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했던 ‘아프간 소녀’의 “강렬한 에메랄드 눈빛”으로 유명해진 매커리에게 대표작이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수많은 치열한 뉴스 현장 사진들이 오히려 매커리의 이미지를 제한시켜왔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100장 모두 한국에선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들로, 장르 불문하고 예술적이다. 뉴스사진과 예술사진과 광고사진의 장르 구분은 용도에서 나온 것일 뿐 사진 그 자체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랫동안 불교에 대해 관심을 품어왔고 버마·티베트·한국 등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불교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매커리라서 그런 모양이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 ‘빛과 어둠 사이’ 사진들을 보면 가난한 어부와 농부, 인력거꾼 같은 하층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남루하지 않고 품격이 있다. 매커리가 그렇게 보았던 것이다.
“나는 습관처럼 어제 갔던 곳을 오늘 다시 간다. 조금이라도 어제와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을 기대하면서.” 빛의 변화를 예상하고 여러 날 지켜보다가 마침내 원하던 빛과 만나는 순간 사진을 완성하는 작가는 시간과 싸우며 느릿느릿하게 한 발씩 걸으면서 찍는 사진가다. 전시는 ‘공간구성’, ‘시각성’, ‘색상’, ‘내재된 힘’의 네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02)511-2930~1.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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