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여행>
연극 ‘여행’ 원년 멤버 이성열·이해성·박수영씨
고 윤영선 5주기 기념 21일부터 공연
동창 5명, 친구 문상 하룻밤 여행
50대의 불안·소시민의 고단함 표현
고 윤영선 5주기 기념 21일부터 공연
동창 5명, 친구 문상 하룻밤 여행
50대의 불안·소시민의 고단함 표현
그는 생전에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진지하게 탐구했다. 마음이 맑고 따듯했기에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고 잦은 술자리로 그의 코끝은 늘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극작가이자 연출가 고 윤영선(1954~2007)의 5주기를 기념해 그의 대표작 <여행>을 오는 21일부터 10월7일까지 무대(자유소극장)에 올린다.
연극 <여행>(사진)은 시골 초등학교 동창인 중년 남자 5명이 객사한 친구의 문상을 다녀오면서 겪는 하룻밤 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여행>은 2005년 3월 서울 대학로에서 워크숍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뒤로 이번이 10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7년째 호흡을 맞춰온 연출가 이성열(50·극단 백수광부 대표)씨와 배우 이해성(43), 박수영(42)씨를 최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연출가 이성열씨는 “세상과 대화하고 세상을 안고 싶어했던 고 윤영선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선 형은 연극계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미결의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뛰어난 작품을 정말 많이 썼죠. 그래서 일반 관객들보다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 <여행>은 영선 형이 폭넓은 관객들과 소통을 꾀한 첫번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여행>은 영선 형이 특별히 사랑했으며,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듯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선 형이 간암으로 죽은 친구의 문상을 갔다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썼고 꼭 두해 뒤에 그 자신도 똑같이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여행>은 ‘삶의 오후’라고 할 수 있는 50대 후반의 남자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불안, 회의 등이 갑작스럽게 친구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표출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치밀한 구성과 감칠맛 나는 대사, 배우들의 사실적이고 절제된 연기, 작품의 분위기를 이끄는 라이브 기타 연주 등은 더도 덜도 없는 완전한 소극장 연극이다. 초연 첫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 선정,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초청 공연, 이듬해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희곡상·연기상·무대예술상 수상, 중국 상하이국제연극제 초청 공연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초연 때부터 줄곧 ‘천방지축’ 택시기사 양훈 역을 맡아온 배우 박수영씨는 “스승과도 같은 작품이었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삶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진중하게 생각할 수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죽었다가 돌아온’ 기택 역의 배우 이해성씨도 “7년째 공연을 하면 할수록 이 연극이 지닌 ‘비어 있어서 풍성하다’는 느낌이랄까, ‘비어 있어서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느낌이 더욱 짙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도 연출가 이씨와 박수영·이해성씨 외에도 배우 장성익·임진순·강일·정만식·김동욱씨, 무대디자이너 손호성씨, 조명 김창기씨 등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원년부터 7년 세월 동안 작품을 벼리면서 완성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결코 빈말은 아닐 성싶다.
이성열 연출가는 “소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2005년에 비해 지금이 훨씬 큰 것 같다”며 “양극화 사회에서 점점 팍팍해지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번 <여행>에 좀더 깊이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영선 5주기를 맞아 생전에 그와 각별했던 후배 연출가와 배우들이 그를 기리는 ‘윤영선 페스티벌’이 12월 대학로 정보소극장 등에서 열린다. 연극 <여행>은 윤영선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인 셈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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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겸 연출가 윤영선의 5주기를 맞아 그의 연극 <여행>을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 이성열씨(왼쪽부터)와 주연 배우 박수영·이해성씨.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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