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등 고가 티켓 논란 왜
유명공연단 잡으려 높은 몸값 제공
기업들 협찬 뒤 표 달라는 관행도
장기공연할 시설 부족도 원인으로
유명공연단 잡으려 높은 몸값 제공
기업들 협찬 뒤 표 달라는 관행도
장기공연할 시설 부족도 원인으로
오페라와 발레, 클래식음악 공연 업계가 최근 외국 유명 단체 공연에 대한 고가 티켓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국립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지젤> 내한공연에 이어 8월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의 야외 오페라 <라 보엠> 국내 초연이 관객들의 외면으로 쓴맛을 봤다. 경제불황과 태풍·폭염이란 악조건과 기업 후원 감소 등의 탓도 있겠으나 흥행 참패의 주된 원인은 턱없이 비싼 표값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에이비티 발레는 최고 가격(브이아이피석)이 국내 발레공연 사상 최고인 40만원이었고, 오페라 <라 보엠>은 무려 57만원이었다.
요즘 공연업계는 에이비티의 <지젤>과 오페라 <라 보엠>으로 불거진 고가 티켓 값의 불똥이 다른 공연으로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연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기회에 티켓 값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연 기획사들과 제작사들은 에이비티 발레나 <라 보엠>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이며 대부분 공연에서는 티켓 값이 적정하다고 항변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외국 유명단체나 예술가를 국내에 초청할 경우 지휘료·연주료 등 개런티(출연료) 이외에 항공료와 호텔비 등 체재비로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에 맞추다 보니 티켓 값이 비싸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 공연에선 지난해 11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티켓 값이 45만원(최고가석 기준)으로 국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가 논란을 빚었다. 베를린 필은 미국에서는 25만원(222달러), 중국은 30만원(1680위안), 일본은 57만원(4만엔)이 최고가였다. 일본 물가가 우리보다 1.5~2배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 티켓 값이 가장 비싼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획사나 제작사들의 지나친 공연 유치 경쟁이 티켓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주로 경험이 부족한 기획사들이 외국 유명 공연단체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과열경쟁으로 개런티가 턱없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원인으로는 기업들의 왜곡된 협찬·후원 관행을 들 수 있다. 외국 유명단체의 내한공연이나 국내 유명 연주가가 참여하는 공연 등은 높은 제작비를 감당하려고 기업들의 협찬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자사 브이아이피 고객들의 선물용으로 협찬 금액의 50~70%에 해당하는 티켓을 최고가석 위주로 가져간다. 이때 일부 기획사들은 더 많은 협찬 금액을 받아내려고 일부러 최고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공연기획자 윤보미(39·봄아트프로젝트 대표)씨는 “외국 기업들은 많은 후원금을 내고도 필요한 티켓은 직접 구입한다”며 “한국은 기업 이미지 홍보 위주로 하는 것이 외국의 후원문화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용관 부족도 고가 티켓의 원인이 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몇몇 대형극장을 제외하면 대형 공연을 장기간 할 곳이 없다. 공연 횟수가 늘면 표 값이 훨씬 낮아질 수 있지만 최근 오페라 <라 보엠>처럼 1~3일 단기간 공연일 경우 그만큼 고가 티켓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고가 티켓 논란이 일자 “‘공연 요금 합리화’를 정책과제로 정하고 공연 원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음악평론가 박종호(52·풍월당 대표)씨는 “오래전부터 공연계에서 낡은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주무 부서인 문화부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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