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창작뮤지컬 <빨래>
비정규직·이주노동자 다룬 원작
현지화 각색 없이도 일 진출 성공
“실의 빠진 일본인에 위로됐을 것”
8년째 흥행…12월 2000회 공연
현지화 각색 없이도 일 진출 성공
“실의 빠진 일본인에 위로됐을 것”
8년째 흥행…12월 2000회 공연
소극장 창작뮤지컬 <빨래>(추민주 작·연출)가 공연되는 서울 대학로 동숭동 학전그린 소극장 무대 양쪽 옆에는 일본어 자막이 나오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노랫말이 일본어로 번역돼 화면에 뜬다. <빨래>가 올해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직접 대학로를 찾는 일본인 관객이 점점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2005년 초연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32만명의 관객을 모은 인기 뮤지컬 <빨래>는 지난 2월과 5월, 8월에 일본 오사카와 도쿄 등에서 4차례의 공연을 열었다. 공연마다 400여석이 꽉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유명한 스타 배우나 화려한 물량 공세 없이 이야기 그 자체의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국경을 넘어 일본 관객에게도 통한 것이다.
■ ‘현지화’ 안 하고도 국경 넘은 <빨래>의 힘 <빨래>는 일본 공연 당시 현지 사정에 맞춰 각색을 하지 않았다. <빨래>는 강원도에서 상경한 주인공 ‘나영’이 서울의 한 달동네에 이사온 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와 가까워지고 이웃들과 부대끼는 내용이다. 서점 직원인 나영을 통해 서울살이의 고단함과 비정규직 부당해고 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솔롱고를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노동 등 한국 사회의 그늘을 다룬다. 일본 공연에서도 똑같이 서울을 배경으로 삼아, 일본 배우들이 주인공 나영이와 ‘솔롱고’가 되어 원작 그대로 공연했는데, 일본 관객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빨래> 제작사인 명랑시어터 수박의 최세연 대표는 “(<빨래>가 그려낸) 사회 구성원들의 어려운 삶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일본도 우리나라만큼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이주노동자 문제도 오래된 사회 이슈라 <빨래>를 보면서 일본인 자신의 삶과 닿아 있는 부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공연 역시 직접 연출한 추민주 연출가는 “한국 사람들이 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시키려고 일본 배우들과 함께 빨래를 하기도 했다”며 일본 공연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 서민의 삶 위로하는 이야기와 음악 “얼룩 같은 어제를 씻어내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리자.” 주인공 나영의 노래처럼 <빨래>는 삶은 절망적이지만 “지지 않을 거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빨래>의 일본 진출은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뒤 한국에서 <빨래>를 본 일본 공연 관계자들이 일본 소개 뜻을 밝히면서 추진됐다. 최세연 대표는 “서민의 애환을 따뜻하게 다루는 <빨래>가 실의에 빠진 평범한 일본인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빨래>가 한국 장기 공연에 이어 일본에서도 호응을 얻은 원동력에 대해 “차별받고 억압받는 계층을 그리고 있지만, 날선 방식이 아니라 따스한 시각으로 포착하는데다 이웃 혹은 공동체와의 소통과 개인의 삶에 대한 의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 개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위로를 주는 노랫말도 이 작품의 특별한 호소력”이라고 말했다.
2005년 4월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빨래>는 오는 12월15일 2000회 공연을 맞는다. 2008년부터 대학로로 옮겨 올해 11차 공연까지 장기 공연을 하면서 대구·부산 등 지방 공연도 병행하고 있다. 2000회 공연을 앞두고 다음달 12일~11월11일 열리는 기념공연에는 일본인 배우 2명이 함께 출연한다. 2014년부터는 일본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명랑시어터 수박 제공
[관련 영상] 〈Dear 청춘〉 뮤지컬 ‘빨래’ 연출가 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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