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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폴란드 공항에 73m 대형 벽화
“예상못한 만남, 흥미롭잖아요”

등록 2012-09-26 20:49수정 2012-09-27 09:09

이상남 화백이 폴란드 포즈난 공항 건물에 그려넣은 길이 73m짜리 벽화.
이상남 화백이 폴란드 포즈난 공항 건물에 그려넣은 길이 73m짜리 벽화.
재미화가 이상남 바쁜 나날
포즈난 공항벽화 프로젝트에
서울에선 4년 만의 개인전도
새로 개발한 문양 대거 선봬
이상남(59) 화백
이상남(59) 화백
미술관, 도서관, 그리고 공항.

화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곳이었다. 10월14일까지 열리는 폴란드의 국제미술전 미디에이션 비엔날레의 주프로그램 전시 작가로 선정된 재미 미술가 이상남(59) 화백은 비엔날레 쪽이 전시공간으로 전혀 다른 세 공간을 제안했을 때 주저없이 공항을 골랐다. 올해 유럽컵 축구 경기가 열렸던 폴란드 제2의 도시 포즈난의 관문 포즈난 공항은 그 순간 그의 화폭이 됐다. 그리고 지난 16일 그의 작품이 완성됐다. 도착장인 1층 가운데 공간에 걸린 그의 그림은 길이 73m짜리 초대형 벽화였다. 건물 윗부분을 띠처럼 감싼 그림은 비엔날레 이후에도 영구 전시된다.

이상남 작가는 최근 한 달 동안 누구보다도 바쁘게 한국과 폴란드를 오갔다. 폴란드 프로젝트가 지구 반대편에 진행되는 사이, 그는 서울 강남 피케이엠갤러리에서 대형 개인전도 함께 준비했다. 포즈난 공항 벽화가 그동안 그가 해온 대형 공공미술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면, 10월12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2008년 한국 전시 이후 4년 사이 변화한 그의 작품 세계를 비로소 공개하는 자리다. 무언가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문양을 조합해 어딘가 전통적이면서 한편으론 미래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의 화풍은 한결 복잡해졌다. 이전까지 간결하면서도 강한 대비를 이뤘던 무늬들이 화려해지는 동시에 새로 개발한 문양들이 대거 등장했다.

“공항을 전시공간으로 골랐던 것은 ‘예기치 못한 만남’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을 오는 분들은 미술을 보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오시지만, 공항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게 흥미로웠습니다. 서울 전시는, 사실 저 자신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 좀 쑥스럽기도 합니다. 제 생각의 날것이자 원천을 이렇게 드러내본 것은 처음이거든요.” 전시장 한쪽 벽에 수많은 초기 스케치들을 전시한 것이 마치 작가로서 발가벗는 느낌이란 것이다.

그의 회화는 늘 빙긋 웃으며 사람들에게 슬쩍 던지는 퍼즐과도 같았다. 그가 평생 탐구해온 모양의 근본형 또는 신종을 다양하게 만들어낸 뒤 조립하듯 겹치고 짝짓고 대비시킨 것들인데, 보는 사람들은 그 모양들에서 온갖 것들을 연상한다. “사실 저는 그 어떤 것도 닮지 않은 것을 형상화하려 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 더 많은 것을 떠올리고 이야기해요. 안 그린 것처럼 보여주려는데 어떻게 이런 걸 그렸냐 물어보는 게 재미있어요.”

어린이들이 구멍에 볼펜을 끼워 돌리면 입체 조형이 나오는 장난감 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미지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면과 입체 사이에서 무엇도 아닌 것처럼 존재하는. 이미지를 캔버스에 앉히고 난 뒤 수도 없이 표면을 갈아 평면으로 만들고 나면 면과 선, 색과 모양, 그리고 배경과 오브제의 경계는 흐릿해지는 동시에 선명해진다. “이번엔 디테일을 넣고 싶었어요. 동시에 흔적을 없애도 남는 흔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문양을 통해 ‘인공적 기억’을 추구하는 작가의 여정은 계속 진행중이다. 그 풍경은 사이버공간의 풍경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 문양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를 한참 들여다보며 일하다가 문득 창밖을 보면 어딘가 약간 띵해지잖아요? 그렇게 띵해지는 느낌을 제 작품에서 발견하면 좋겠어요. 사람을 일단 빠뜨리게 하는 그런 회화만의 매력과 카리스마는 제 영원한 목표입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피케이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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