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영애, 광주서 ‘시대의 아픔’ 부른다

등록 2012-10-02 20:05수정 2012-10-02 23:12

가수 한영애씨
가수 한영애씨
7일 아리랑축전서 ‘부용산’ 불러
2003년 음반 수록뒤 공식무대 첫선
“부용산은 빨치산 노래 아닌 연가”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전남 목포와 벌교에서 유행하는 옛 가요 ‘부용산’의 1절 가사이다.

가수 한영애(사진)씨가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2012 광주세계아리랑축전(5~7일)의 주요 행사로 오는 7일 저녁 광주공원 야외 본무대에서 ‘빨치산 노래’로 알려진 ‘부용산’을 부른다.

그는 “부용산은 빨치산 노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연가”라고 소개했다.

“비할 데 없이 간결하면서 아름답고 애절하고 고운 노랫말을 보면 분명히 ‘연가’잖아요. 그런데 부용산 노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관이라고 할까, 노래에 얽힌 사연 때문에 빨치산 노래로 정의가 되어버렸어요. 물론 노랫말을 둘러싼 삶의 이야기들이 있어요.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삶 속의 이야기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거죠.”

‘부용산’은 본디 1947년 목포 항도여중(현 목포여고의 전신) 교사로 재직하던 시인 박기동(1917~2004)이 24살에 요절한 누이 박영애를 추모해 지은 시에 동료 교사인 안성현(1920~2006)이 이듬해 16살 애제자 김정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선율을 붙였다. 안성현은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동요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가이다. 1950년대 남도에서 널리 유행했던 ‘부용산’은 작곡가 안성현이 민족상잔의 와중에서 월북하고 호남 빨치산들이 주로 불렀다는 이유로 역사에 묻혔다. 그러다 이 노래에 얽힌 사연들이 하나둘 확인되면서 1960~80년대 학생운동권,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서 작자 미상의 구전가요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 뒤 가수 이동원·안치환·한영애씨 등이 음반에 담아내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졌다.

특히 한영애씨는 1925~1955년의 옛 가요를 담은 음반 <비하인드 타임>(2003)에 ‘부용산’을 수록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그는 “일부의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불렀다고 하더라도 노래문화적으로는 큰 반향이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 시절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절절하게 슬프고 정말 상처에 소금을 뿌려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그런 노래들에 기대서 살아갔을까요. 자괴감의 그 쓰라린 고통 속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닐까요. 그 ‘노래문화’에 기대서 그 어려운 시대를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북 반주나 전자음악 대신 국악그룹 슬기둥의 국악 연주에 맞춘다. 그는 그 작업을 ‘변신’이라고 말하면서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소리로, 어떤 마음들이 모여서, 어떤 감동이 전해질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지지기획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추석 뒤 여론조사…박 ‘하락 진정’, 안 ‘주춤’, 문 ‘꾸준한 상승’
중국 ‘보시라이 부적절한 성관계’ 공개 왜?
“성폭행범인데 구속영장 기각” 피해 여성 투신자살
논문 원저자도 “안철수 표절 아니다”…‘묻지마 검증’ 비판
김재범 “식사 오라 해서…” 새누리 ‘묻지마 영입’ 망신
한영애, 광주서 ‘빨치산 노래’ 부른다
[화보] 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섬 제주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