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작가의 ‘기러기 아빠를 위하여’(왼쪽), 덴마크 듀오 작가 란디와 카트린의 ‘타워맨’(오른쪽)
이층침대 아닌 이층책상…
기러기 아빠를 위한 가구…
미술·건축·디자인 총망라
쉽고 재미있는 작품 가득
옛 서울역 공간도 운치 더해
기러기 아빠를 위한 가구…
미술·건축·디자인 총망라
쉽고 재미있는 작품 가득
옛 서울역 공간도 운치 더해
‘문화역서울 284’ 개관전
서울역 안에도 가을이 왔다. 옛 서울역사가 문화공간으로 바뀐 ‘문화역서울284’ 복도 중간엔 쇠로 만든 나무가 들어섰다. 우산살처럼 퍼진 나뭇가지 끝에 달린 작은 프린터에선 영수증처럼 돌돌 말리는 감열지 낙엽이 떨어지는데, 주워보면 사람들이 입력기에 쓴 메시지들이 출력된 것들. 전자 나무의 이름은 ‘잎: 2012년 가을’, 젊은 작가 그룹 하이브의 작품이다. 나무 앞 단말기 화면에 터치펜으로 내 메시지를 쓰고, 그다음 처음으로 떨어지는 종이 메시지를 줍는다. 내가 쓴 메시지는 한참 있다 나오기 때문에 먼저 다른 사람이 쓴 메시지다. 기분 좋은 글귀라도 만나면 전시를 보는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11월4일까지 옛 서울역 건물 전체에서 열리는 독특한 전시회 <인생사용법>은 가을을 맞아 기분 전환하기에 제격인 문화행사다. 전시회가 좀 쉽고 재미있기를 원한다면, 자주 못 보는 김에 다양한 장르와 여러 작가 작품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전시 작품 못잖게 독특한 전시 공간 자체도 즐기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담없는 ‘무료 전시’가 좋다면, 이 전시는 이 모든 요건을 갖췄다.
‘인생사용법’은 문화역서울284가 개관 이후 처음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데뷔전답게 지금 한국 시각예술 쪽에서 가장 튀고 주목받는 작가들을, 미술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건축까지 다양하게 불러모아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선물세트처럼 묶어냈다. 김영나, 오창섭, 이상혁, 잭슨 홍, 김상규, 박활민, 노네임노샵, 에스엠에스엠(SMSM, 사사+박미나+슬기와 민) 등 작가들의 면면이 화려하고 디지털 건축 전문가 황지은 서울시립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작가들이 망라됐다. 경쾌하고 흥미로운 다양한 장르 온갖 설치작업들이 근대 건축문화유산이 된 옛 서울역 건물이란 특별한 공간 속에 전시되기 때문에 다른 전시회에서 느낄 수 없는 공간감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김영나 작가는 방 하나를 진짜 자기 작업실로 꾸몄고, 오창섭 디자이너는 일부러 촌스럽게 꾸민 거실을 만들어 옛 대합실을 차지했다. 이미경 작가는 이층 침대가 아니라 올라가서 쉬거나 책도 볼 수 있는 이층 책상을, 이의주 작가는 시계추는 오가는데 정작 시간은 표시해주지 않는 시계 ‘시간기계’를, 잭슨 홍 작가는 망자를 싣고 질주하며 불타는 모형 자동차 작업을 선보였다.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들도 많다. 김상규 작가의 ‘기러기 아빠를 위하여’는 아주 작은 복합 일체형 가구, 자식들을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아빠를 위해 외국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와 환율 정보판, 그리고 작은 냉장고와 책상 하나가 합쳐진 새로운 가구를 디자인했다. 덴마크 작가 듀오인 란디와 카트린은 서울의 첫인상을 사람 모양의 건물 ‘타워맨’으로 만들었다. 중세 유럽 교회 모양의 나무 인형은 서울 여행에 지친 듯 바닥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피곤을 달래는 모습이다.
김재경 건축사진가와 신혜원 건축가는 한국의 옥탑방 문화를 주목했다. 때론 불법이기도 한 간이 주거시설인 옥탑방을 서민들이 어떻게 꾸미고 활용하는지 김재경 작가가 찍은 흥미로운 사진들을 신혜원 건축가가 옥탑방 모양으로 만든 전용 전시공간에서 보여준다. 서울역 건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안의 다양한 공간을 작가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작품으로 꾸몄는지 휘휘 돌아보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02)3407-350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문화역서울28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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