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 ‘적도의 황금왕국 인도네시아’에 전시된 문수보살상(아래), 18세기 서자바 지역의 왕관 마코타(위 왼쪽)와 다양한 금속공예품들. 노형석 기자
고대 인도네시아 금속공예전
로마-인도-중국 교역 요충지이자
힌두교·불교 등 복합 종교 문명지
황금 벨트·장신구·제례용구 백미
국립제주박물관서 28일까지 열려 미세한 금실로 짠 반원형의 술탄 왕관이 조용히 빛났다. 화려하면서도 기품 어린 그 이파리 장식 속에 1000년 이상 번영을 누린 해상 교역 왕국의 영화가 숨쉬고 있었다. 지난 8월부터 국립제주박물관에 차려진 특별전 ‘적도의 황금왕국 인도네시아’(28일까지)는 찬란했던 고대 해상 실크로드 거점의 금속공예 문화를 뷔페처럼 즐길 수 있는 잔치다. 발리섬의 휴양지나, 숱한 정쟁과 해일 피해 지역으로만 인식됐던 인도네시아의 찬란한 옛 문화에 입이 쩍 벌어지는 전시다. 인도네시아는 고대 로마와 인도, 중국을 잇는 해상 교역 요충지이자, 힌두교·불교·이슬람교 등의 복합 종교문명이 차례로 번성했던 곳. 문명사가들에게 이 지역이 종종 ‘징검다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를, 다양한 종교와 문명의 세례를 받은 현지 국립박물관 소장 명품 공예품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 20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는 기원전 8세기부터 지금까지 숱한 도시국가와 왕조들이 명멸하면서 2000년 이상의 금속공예 전통을 이어왔다.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등 크게 6개 지역으로 나뉘는 각지의 공예문화들도 제각기 지역적 특색을 지니고 있고, 시대마다 다른 다종교적 양상까지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선사한다.
우선 눈을 끄는 것이 10가지가 넘는 금속세공 기법들이다. ‘필리그란’이라고 부르는, 금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내어 갖가지 문양을 만들어 붙이는 장식기법을 필두로 하여, 두들겨 모양을 만드는 타출, 금속판에 구멍을 뚫는 투조, 그리고 금속판 안쪽에 진흙을 채워 양감을 부각시키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기법이 새겨진 벨트·장신구·제의용구 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에서 출토된 이 나라 최고의 금속공예 명품인 워노보요 컬렉션의 9~10세기 황금으로 만든 벨트와 굽대접, 제례용 숟가락은 현지 황금공예품의 백미다.
이런 화려한 기법들은 해상 교류로 융합된 힌두교·불교·이슬람교·토착종교의 전통들과 만나 더욱 다양한 갈래의 미감을 뿜어낸다. 우리 불교의 의례용구와 거의 닮은 금강령(뾰족한 발톱 모양의 의례용구)과 인도 굽타풍의 문수보살상, 고려시대 연꽃 향로와 모양새가 거의 비슷한 향로 등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한반도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고대 로마풍의 곡선이 물결치는 식물 장식을 한 워노보요 컬렉션의 금그릇이나 17세기 이후 이슬람풍의 복잡한 문양에 귀금속 따위를 박아넣은 황금장신구, 중국풍의 용무늬가 새겨진 금속그릇 등이 당시 해상 실크로드의 단면을 짐작하게 한다. 기원전 5세기 마카사르의 출토품인 도끼(카팍)는 날렵한 곡선미로 복합문화 토양을 일궈낸 이 지역 사람들의 섬세한 조형 감각을 한껏 과시한다. 최근 조금씩 국내 학계의 관심을 모아온 동남아 고대예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064)720-8100.
제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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