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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싸이-김장훈, 무관심이 필요한 때

등록 2012-10-09 20:12수정 2012-10-10 09:51

김장훈(왼쪽)과 싸이
김장훈(왼쪽)과 싸이
서정민의 음악다방
속어로 ‘한판 뜬다’는 의미의 ‘완타치’는 ‘윈윈 게임’이었다. 김장훈과 싸이 두 거물급 가수가 한 묶음 공연으로 펼치는 맞대결 무대는 그 어느 스포츠 명승부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둘이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벌인 ‘완타치’ 전국 순회공연은 3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국내 공연계의 전설이 됐다.

이전부터 공연 연출에 일가견을 보여온 김장훈은 입체영상을 활용하고 무대에 버스까지 올리는 등 파격적인 연출로 자신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병역 비리 파문에 휘말려 군대에 다시 다녀온 싸이는 이 공연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1+1은 2가 아니라 3이 되고 4가 될 수 있음을 두 사내는 증명했다.

그러나 같은 밴드 안에서도 티격태격하고 갈라서는 일이 부지기수인 음악계에서 2개의 태양이 언제까지고 붙어다니기란 쉽지 않은 법. 둘은 ‘손뼉 칠 때 떠나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공연을 마지막으로 ‘완타치’를 접었다. 공연계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공연 연출에 대한 의견과 철학이 서로 달라 갈라섰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싸이는 김장훈과 같이하면서 배운 공연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강남스타일’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열풍으로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국제가수’가 됐다. 그의 단독공연은 이전보다 훨씬 더 주목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둘의 불화설과 공연 도용설이 불거졌다. 싸이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8만여명 앞에서 공연을 한 직후인 5일 새벽 김장훈이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약을 너무 먹었나 봐요. … 믿는 이들의 배신에 더는 못 견디는 바봅니다. 혹시라도 저 너무 욕하지도 말고. 상심하지 말기. 형이 미안하다. 간다”라고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이후 인터넷에서 둘의 과거 행적과 불화설을 다룬 기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한 대학원생이 “싸이의 공연이 김장훈의 공연과 95%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표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가 제시한 표절 의혹 목록에는 불꽃이나 꽃가루를 흩뿌리는 것 같은 일반적인 효과까지 포함돼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 대해 싸이는 물론이고 김장훈 쪽도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김장훈 소속사 관계자는 “무대장치 같은 걸 두고 도용 운운하는 게 아니라, 김장훈씨 공연기획사 직원들이 싸이 쪽으로 옮겨간 상황 등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닌데, 언론 보도도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좀 조용해져야 둘이 만나서 풀 것 아닌가”라며 답답해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중인 김장훈은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잠시 미뤄둔 10집을 이달 말께 발표하고, 12월 단독공연도 예정대로 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해외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김장훈 쪽은 전했다.

분명 김장훈과 싸이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풀고 싶어할 듯하다. 둘의 불화설이 부풀려짐으로써 이득을 얻을 이는 없어 보인다. 아니, 인터넷 클릭수는 늘어났으려나? 둘 사이의 관계를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해 본인들의 뜻과 무관하게 둘을 ‘한판 붙도록’ 내모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들에겐 타인에 의한 ‘강제 완타치’가 아니라 따뜻한 대화와 악수, 그리고 대중의 적절한 무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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